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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3) 서재진 시인

“지역서 ‘문학’이라면 뭐든 하고 싶어요”

기사입력 : 2021-08-30 21:25:22

중3때 우연히 참가한 백일장서 장원 수상 후

꿈 키우던 중 고양예고 백일장서 또 ‘장원’

이후 글 쓰며  20대 초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최근 경남문단은 누군가를 찾느라 분주하다. 문인과 독자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은 바로 ‘젊은 작가’이다. 수소문 끝에, 우리 지역 출신의 20대 시인을 만나 작품세계와 앞으로 펼치고 싶은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함양 출신 서재진(27) 시인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글쟁이’가 됐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참가한 백일장에서 장원이 됐다. 시를 쓰게 된 계기를 묻자 서 시인은 정말 별 것 없다며 웃었다. 서 시인은 “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 그때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갔거든요. 토요일에 백일장이 열리는데 거기 참여하면 간식도 주고 학교도 빠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옳다구나’하고 참여했어요. 얼마 후 제가 쓴 시가 중등부 장원에 뽑혔더라고요. 그때부터 글을 좀 써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고 답했다.

서재진 시인이 등단작품이 실린 시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진 시인이 등단작품이 실린 시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꿈을 키우려 문예창작과가 있는 예술고등학교를 알아보다 고양예술고등학교에서 주최하는 중학생 백일장에 참가했는데, 운이 좋게 또 ‘장원’이 됐다고 했다. 시인은 그 이후 무작정 글을 썼다. 정신 차려보면 글을 쓰거나 영화를 봤다. 만화책도 엄청 읽었는데, 아마 그게 지금 시의 근간이 됐을 거라고 말했다.

대학원 다니며 시·에세이 작품 꾸준히 발표

내년 말 시집 출간 목표로 원고 쓰는 중

“지역서 상주하며 창작상담으로 도움주고파”

1996년생인 서 시인은 20대 초입에 ‘극지의 밤’ 외 4편으로 대산대학문학상에 당선됐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손쉽게 선택된 듯한 문장을 구사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인 채로 세상을 마주하기를 꺼리지 않았다”고 평했다. 또 자신의 방법을 세태의 환대와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서 시인에게 스스로의 작품을 설명해 달라 요청했다. 재진씨는 “사람을 싫어하는데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비참하다가도 끝에 가서는 찬란해지는 것이 제 시의 특징인 것 같아요. 우울하다, 힘들다, 괴롭다 같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에는 그래도 살아가야지 하는 이야기로 끝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감정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감상적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 감상성을 잘 가지고 노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실패하는 중입니다”고 말했다.

시인 자격증은 따로 없다지만 서 시인은 문학상 당선을 계기로 문학계에 정식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대학원을 다니는 재진씨는 평소엔 도서관에서 교육조교로 지내다 문예지에서 청탁이 오면 시나 에세이를 발표하며 꾸준히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한국작가회의 등의 단체에서 연락이 오면 ‘일일 아르바이트생’으로 서류 작업을 돕기도 한다.

서 시인은 경남에서 ‘젊은 작가’로 활동할 의지를 내비쳤다. 재진씨는 “경남은 활발히 활동하는 원로 시인들이 많고 서울에 비해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젊은 시인들이 활동할 만한 강연이나 도서관 혹은 서점 상주 작가 사업, 작업실 제공, 백일장 도우미 등 문학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활동이라면 뭐라도 시도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서 시인은 내년 말 개인 시집 출간을 목표로 열심히 원고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학교를 졸업하면 지역에서 도서관이나 서점 상주 작가를 해보고 싶어요. 상주 작가로 있으면서 창작 상담을 한다면 성심성의껏 열심히 할 자신이 있습니다. 단점 없는 글도 없고, 장점 없는 글도 없다는 것이 제 모토거든요. 내담자의 글에서 장점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동료시인과 학회에서 합평을 하다 비평 대신 칭찬하는 평을 하면 어떨까 의견 낸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남의 글을 읽을 때 주로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글쓴이가 앞으로 창작하는 데 힘이 돼주고 싶습니다”고 덧붙였다.

20대의 젊은 시인은 인터뷰 내내 또박또박 자신의 시 세계와 희망사항을 말했다. 기회가 적음에 좌절하지 않고 무엇이든 시도해보겠다는 말이 고맙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서 시인은 “앞으로 우리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가 동료들을 많이 만나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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