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획] 전진하던 누비자 두 바퀴, 갈 길 못찾고 후진

[기획] 창원 공공자전거 누비자 활성화 대책은 (상) 운영 13년 위기의 누비자

연간 이용횟수 6년새 143만건 줄고

기사입력 : 2021-09-12 21:07:39

창원시 시민 공영자전거 ‘누비자’는 지난 2008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공영 자전거 서비스다. 당시 창원시는 ‘자전거 도시’를 지향하며 대대적 홍보를 펼쳤고, 누비자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호응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공용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라는 새로운 이동수단이 생기면서 누비자의 설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상)위기의 누비자 (중) 서울 따릉이 이용객 급증 비결은 (하)지역성 맞춤 대책은’ 총 3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누비자’의 위기와 성공적인 공공자전거 서울시 따릉이 운영현황을 살펴본 뒤 도내 적용 가능성을 모색한다.

창원시 의창구 한 누비자 터미널에 서 있는 시민공영자전거 ‘누비자’./성승건 기자/
창원시 의창구 한 누비자 터미널에 서 있는 시민공영자전거 ‘누비자’./성승건 기자/

◇누비자 운영 현황= 누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창원레포츠파크가 위수탁협약을 맺고 관리운영을 하고 있으며, 73명의 직원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누비자는 총 3900대이고, 터미널은 284개소이며, 이용 회원은 5만9184명이다.

누비자 도입 초기만 해도 대중교통이나 승용차 등을 이용하기엔 애매한 단거리나 교통정체가 극심한 출퇴근 시간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각광 받았다. 특히 대여·반납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어 많은 시민이 애용했다.

하지만 10년간 변화 없이 멈춰버린 시스템은 이제 불편함의 상징이 됐고, 자전거 역시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 중이다. 특히 전동킥보드 등 새로운 공유형 이동장치가 확산하면서 옛 마산지역 등 경사로가 많은 곳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누비자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누비자 연간 이용횟수는 지난 2015년 570만6480건에서 2020년 427만673건으로 6년 사이 143만5807건 감소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522만여건, 2017년 548만여건으로 500만건 이상의 이용량을 보였지만, 2018년 480만건으로 급감한 후 3년 연속 연간 이용량 500만건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용량은 지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운영비용은 증가세다. 2015년 43억7000만원이었던 누비자 운영비용은 2020년에는 56억5000만원까지 약 12억8000만원 증가했다. 반면 운영 수익은 2015년 12억7000만원에서 2019년 10억50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줄었다.

시에 따르면 누비자 운영비용 대부분은 자전거 배송원 인건비로, 시민 편의성 확보를 위해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19년 기준 누비자 운영비 중 인건비 비중은 73.1%이며, 인력의 53.2%를 배송인원이 차지하고 있다. 터미널에만 대여·반납을 할 수 있는 누비자 시스템 상 이용량이 증가하면 재배치 횟수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비용 증대로 이어져 이용량이나 터미널 개수가 많아질수록 운영적자도 커지는 구조다.


◇시내 자전거 인프라= 공공자전거 누비자와 마찬가지로 창원시의 자전거 도로 상황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창원시 통계자료에 따른 창원시 전체 자전거 도로는 209개 노선, 총 연장 603.16㎞ 규모다. 지난 2013년 기존 186개 노선 472.2㎞ 규모에서 현 규모로 확충한 이후 8년째 아무런 개선도 없다. 심지어 2019년 이후 현황은 확인조차 할 수 없다. 게다가 창원시의 209개 자전거 도로 노선 중 자전거 전용 도로는 21개 노선(97.66㎞)에 그친다.

그마저도 창원 의창구·성산구 지역에 17개 노선이 집중돼 있다. 진해구에 4개 노선이 있지만 총 길이는 고작 1㎞이고, 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에는 자전거전용도로 노선이 1개도 없다.

자전거 전용차로 역시 4개 노선 5.64㎞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역시 진해구·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에는 없다. 창원 자전거 도로 중 500여㎞에 걸친 184개 노선은 사람과 함께 다니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다. 같은 기간 전국 자전거도로 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6969개 노선 1만8281㎞에서 2018년 1만5172개 노선 2만3000㎞로 총 4719㎞에 걸쳐 8203개 노선이 신설됐지만, 창원 시민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전거 도시’의 명성이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대책은= 누비자 시스템 변화 필요성이 지속 대두되자 창원시도 대여절차 간소화와 결제시스템 다양화, 기존 누비자에 GPS가 들어간 잠금장치 부착 등으로 변화 추진에 나섰다.

먼저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휴대폰에서 신용카드, 삼성페이 등으로 다각화하고, 간편결제 도입으로 대여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현재 다각화된 시스템을 시범적용 중으로 오는 10월부터 서비스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또한 터미널의 키오스크를 이용해 대여하는 방식 외에도 QR코드·GPS장치를 추가한 공유형 누비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누비자에 GPS장치가 포함된 잠금장치를 부착해 키오스크를 통하지 않고도 휴대전화 앱 등으로 스캔해 잠금장치를 풀고 이용하는 방식이다. 창원시는 신규 시스템 도입 이후 소규모(3~5대) 터미널 100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기존 누비자 터미널은 키오스크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1곳(보관대 20개 기준)당 약 5000만원의 설치비가 소요되는 반면 QR코드 자전거는 보관대만 설치하면 되기에 수십 배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는 우선 내년 3월 여성·청소년용 누비자 200대를 시범도입해 운영하고, 이후 모든 누비자를 공유형 잠금장치 자전거로 교체한다.

시는 오는 2024년께 전기자전거형 누비자도 도입할 예정으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와 연계해 버스환승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최초 공공자전거 누비자의 위기에 창원시도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스템의 누비자가 지역사회에 완전히 뿌리 내리기까지 시행착오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타 지자체의 성공적인 공공자전거 변화과정을 꼼꼼히 살피고 장점들을 가져와 지역에 맞게 적용해 ‘시민의 발’ 누비자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한얼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