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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출전기회 또 잃은 도내 실업체육인 선수생활 ‘위기’ 호소

정부, 코로나 확산 우려 고등부 한정

2년째 출전 기회 잃은 대학·일반부

기사입력 : 2021-09-22 15:18:27

정부가 내달 경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고등부에 한정해 축소 개최하기로 하면서, 출전 기회를 잃게 된 대학부와 일반부 등 도내 체육인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와 경북교육청, 경북체육회가 주관하는 올해 102회 전국체육대회는 오는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구미시 등 12개 시·군, 70개 경기장에서 47개 종목을 치르는 것으로 예정됐다. 전국장애인체전은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치러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1년 전국체육대회 개최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논의한 뒤 대규모 체육 행사를 통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고등부만 개최하도록 하고 대회 방역대책을 보완하기로 했다.

지난해 101회 대회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된 데 이어 이번에는 반쪽짜리 대회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회 참가 인원과 운영 방식 등 세부안은 조정이 뒤따르게 됐다. 경남선수단은 애초 47개 종목 1789명(임원 453명, 선수 1336명)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학·일반부가 빠지면서 선수는 절반 이상 출전을 못하는 등 선수단 규모도 절반가량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데는 고등부만큼은 학생 선수들의 입시 성적이나 진학 사안이 걸려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체육인들은 대학 및 일반부 선수들의 경우에도 운동부 존폐 등 선수 생활이 걸린 문제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체전 성적이 향후 계약이나 연봉 협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년 만의 전국체전을 기대하며 땀 흘린 선수와 지도자들의 허탈감도 크다.

진영삼 경남대학교 역도부 감독은 17일 전국체전의 정상 개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공유하며 동의를 호소하고 나섰다.

청원자는 “2년간 경기들이 다 취소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점점 목표 없이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의지를 잃어가고 있다”며 “계속 이렇게 경기가 안 열린다면 스포츠 발전은 더뎌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실업팀 선수들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며 “무작정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최 반대를 하지 마시고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도와 달라”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 청원은 22일 오후 1시 기준 2126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답변을 위해선 20만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도내 또 다른 대학 운동부 감독도 “전국체전은 주변의 관심과 함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성장도 하게 되고 평가도 받게 된다”라며 “막바지에 출전을 못 하게 된 선수들은 무기력해진 모습도 보인다. 다른 어떤 형태로든 경기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오영 경남도체육회장은 “지난해 전국체전을 개최하지 못한 데 이어 올해는 반쪽 개최여서 아쉽다. 시도체육회 측에서는 정상 개최 또는 고등부에 이어 대학, 일반부까지 시기를 나눠 개최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지만 이뤄지지 않아 정부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한편 전국 시도체육회장협의회는 정부의 결정에 앞서 전국체전 정상 개최 건의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전국체육대회는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축제”라며 “특히 학생 선수의 진학과 대학·일반부 선수의 취업 및 직장운동부의 신설·해체까지 체육인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우리 체육인은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 하에 전국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스포츠의 가치를 이어가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19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모습./경남신문 DB/
지난 2019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모습./경남신문 DB/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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