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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수산물 유통혁신 꿈꾸는 주상현 거제 ‘얌테이블’ 대표

거제 청년 사장님, 싱싱한 수산물 ‘신선한 유통 혁신’ ON

기사입력 : 2021-09-29 22:09:28

우리나라 수산물 유통에 혁신을 이끌겠다고 외치는 청년 사장이 있다. 얌테이블 주상현(39) 대표다.

얌테이블은 어민으로부터 직접 매입한 수산물을 ‘선별-손질-포장’해 소비자의 식탁으로 배송하는 기업이다. 창업 5년 만에 국내 최대 온라인 수산물 유통 회사로 성장했다.

주 대표는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활어 양식장을 경영해 자연스럽게 수산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 때부터 주말이나 방학에 양식장 일을 많이 도왔는데 그 일이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그물도 같이 당기고 잠깐 시간이 나면 양식장에 걸터앉아 낚시도 하고…. 자연스럽게 수산업을 시작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물셋 청년, 활어 유통 뛰어들다
부모 영향으로 수산물 유통 관심
23살 때 겁없이 ‘물차’ 할부로 구입
항·포구 돌며 자연산 활어 직거래
경상·전라 전역 새벽운전으로 누벼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하다
2011년 물차·수족관 과감히 정리
소포장 공장·온라인몰 열었지만 고전
온라인 고수 찾아가 노하우 배워
사진·웹디자인·포스팅 모두 스스로

전국 수산물 유통혁신 도전하다
컨설팅 업체와 손잡고 얌테이블 설립
유통과정 대폭 줄여 새벽배송 시작
거제에 초신선 수산허브 추진도
“수산물 소비문화 확 바꾸는 게 꿈”

주 대표가 조개 신선도를 살피고 있다./김성호 기자/
주 대표가 조개 신선도를 살피고 있다./김성호 기자/

주 대표의 첫 사업은 활어 유통이었다. 23살 때인 2004년 겁도 없이 덜컥 물차(활어운송차량)를 할부로 질렀다. 통영 산양읍 중화마을이나 연명마을 등 작은 항·포구를 돌며 그날 잡은 자연산 활어를 유통과정 없이 어민들과 직거래했다.

“처음엔 물차 계약금 5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그만큼 자신 있었죠. 어느 시기에 어느 어종이 좋다. 또는 누구 집 물건이 좋다. 혹은 이 어종은 어디서 팔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열심히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판로가 없어 시장 한편에 자리를 펴고 활어를 팔기도 했고 새벽운전으로 경상도와 전라도 전역을 누비기도 했다. 열심히 한 만큼 벌이는 괜찮았다. 5~6년 만에 수족관(활어보관창고)도 마련했고 물차도 5대로 늘었다.

이 시기 주 대표는 그동안 쌓아올린 성공을 뒤로하고 온라인 판매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청년 창업을 통해 국내 최대 온라인 수산물 유통회사 얌테이블을 일군 주상현 대표가 남해안에서 갓 잡아올린 문어를 들어보이고 있다./얌테이블/
청년 창업을 통해 국내 최대 온라인 수산물 유통회사 얌테이블을 일군 주상현 대표가 남해안에서 갓 잡아올린 문어를 들어보이고 있다./얌테이블/

“2010년 즈음에 쿠팡이 생기는 등 서서히 온라인 판매가 시작될 때였어요. 수산물도 온라인으로 팔아 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죠. 수산물 온라인 시장은 아직 활성화하지 않아 되겠다 싶었죠.”

주 대표는 2011년 물차와 수족관을 정리하고 통영시 산양읍에 손질 소포장 공장을 차렸다. 이름을 ‘한산도수산’이라고 짓고 온라인몰도 개설했다. 어민에게서 수산물을 직구매해 손질하고 판매까지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명분은 훌륭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유통 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수산물을 줄일 수 있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수산물 유통과 온라인 판매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홈페이지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몰랐고 사진은 어떻게 찍는지 어떤 방법으로 상품을 올려야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지 등 모든 것이 무지했다. “처음엔 하루 매출 20만원이었습니다. 그것도 감격이었죠.”

그러나 물차로 활어를 직접 실어 나르며 팔던 때와 비교하면 매출은 곤두박질이었다. 이런 식으로는 사업이 유지되기 힘들었다. “온라인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처음 2년간은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기존의 활어 도매사업의 매출도 컸고, 이익도 꽤 내고 있었기 때문에 ‘활어 도매사업할 때가 더 좋았는데…’ 후회도 많았어요.”

모르는 것은 공부로 메웠다. 온라인 판매 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로 이름난 사람들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내 “가르쳐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그 중 온라인 닉네임 ‘오씨아줌마’에게서 답이 왔다. “이름은 ‘오씨아줌마’인데 직접 만나보니 아저씨더라구요. 매주 금요일 서울로 올라가서 2시간 온라인 마케팅 노하우를 배우고 통영으로 다시 내려와 적용해보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2년쯤 지나 드디어 하산했죠.”

사진 찍는 법도 배우고, 웹디자인도 배워서 어설프기는 하지만 상품설명서도 만들어 올리고, 블로그에 포스팅도 모두 직접 하면서 고객을 조금씩 늘려갔다. 유통과정을 줄여 판매가격이 저렴해지자 소비자들은 처음엔 의심하다가도 이내 좋은 품질에 만족하며 높은 재구매율로 답했다. 물량을 내줄지 말지 반신반의하던 어민들도 수요가 발생하자 거래를 시작했다. 연매출도 40억원까지 치솟았다.

“40억원 언저리가 한계더라구요. 한계를 깨려면 다시 한번 도전해야겠더라구요.”

2017년 온라인시장에서 전략경영을 위해 30년간 컨설팅업계에 종사한 업체와 합쳐 얌테이블을 설립하고 공동경영을 시작했다.

거제에 본사를 둔 얌테이블을 창업한 지 햇수로 5년. 전국에 수산물을 배송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새벽 배송을 하고 있다. 매출은 설립 첫해인 2017년 57억원에서 2018년 105억원, 2019년 321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46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벤처캐피털, GS홈쇼핑,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55억원 투자를 이끌어내며 전자상거래업계에서 부상하고 있다.

얌테이블의 성공 비결은 혁신적으로 줄인 유통과정에 있다. 주로 생물로 소비되는 수산물의 특성상 어민-중매인-도매인-소매인-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과정은 필수다. 얌테이블은 이런 유통과정을 싹둑 잘라내고 어민들에게 직접 매입해 손질 포장해 소비자 식탁에 바로 올려놓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얌테이블은 배송 체계를 확보 중인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 배송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새벽 배송 ‘바다조’를 개시해 쟁쟁한 전자상거래 기업들 사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경남에서도 창원지역에 시범적으로 새벽배송을 시행할 계획이며, 나아가 수출 시장에도 나설 방침이다.

주 대표는 “어업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과정을 단순화한 것이 주효했다”며 “긴 유통과정을 직거래로 줄이자 수산물의 신선도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산물 유통혁신에 대해 강의를 하는 주 대표.
수산물 유통혁신에 대해 강의를 하는 주 대표.

주 대표는 요즘 다시 새로운 도전에 마음이 설레고 있다. 거제에 수산물 초신선 허브를 마련하려는 계획이다. 거제시 둔덕면 학산리 1만3322㎡ 부지에 수산물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름을 초신선 수산허브라고 붙였다. 이곳에서는 소비자가 가정에서 번거로운 수작업을 하지 않고 수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가공·손질 등 소분화를 거친다.

주 대표는 “1인 가구 확산과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하면서 소분화, 밀키트(바로 요리할 수 있는 세트) 제품이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얌테이블의 판매 비중은 생물이 가장 높지만,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밀키트 등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얌테이블의 지역민 고용률은 95%에 이른다. 연령, 성별도 고르게 분포해 있다. 지난해엔 경남도가 지정하는 고용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얌테이블은 신상품, 새로운 기획으로는 어민의 이야기를 식품에 담는 콘텐츠도 기획하고 있다. 이를테면 참돔 밀키트를 출시할 때 어민이 참돔을 건져내는 것부터 가공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과정까지 촬영하는 방식이다.

주 대표는 “수산물로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유통한다면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 문화를 바꿔보려는 꿈을 향해 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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