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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수소 상용화 길 열리나

기체 아닌 액체수소 생산·저장기술 개발됐다

전기연구원 하동우·고락길 박사팀

기사입력 : 2021-10-13 21:15:44

국내 연구진이 미래 수소경제 실현에 결정적 역할을 할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기연은 전력기기연구본부(본부장 이재복) 하동우·고락길 박사팀이 초전도 관련 연구 등으로 축적해 온 극저온 냉각 기술을 응용해 액체수소를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안전하게 장기간 저장할 수 있게 만드는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한 전기연구원 하동우·고락길 박사팀./한국전기연구원/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한 전기연구원 하동우·고락길 박사팀./한국전기연구원/

현재 전국 60여개 수소 충전소는 모두 기체(가스) 형태로 수소를 저장한 뒤 공급하고 있다. 수소가스는 부피가 커 고압으로 압축해 탱크나 트레일러에 저장하는데, 폭발 위험 문제와 함께 장기 저장 및 이송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수소가스를 냉각해 액화한 액체수소가 대안이지만, 안정성·효과성·경제성 등을 고려해야 해 기술 개발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전기연 측은 “액체수소는 아주 조금이라도 온도 상승 등의 변화가 있으면 기화돼 날아간다”며 “생산도 중요하지만 저장이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동우·고락길 박사팀이 개발한 ‘제로보일오프’ 기술은 액화수소 보관 용기 안에서 기화되는 수소를, 자동으로 다시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일정 온도 변화로 수소가 기화되더라도 극저온 냉각(-253도)으로 다시 100% 재응축해 액체수소로 만들어 보관하는 게 핵심이다. 연구팀은 최근 약 40리터의 액체수소를 만들어 2개월 이상 손실 없이 보관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액체수소 상용화의 가능성을 연 이번 성과는 경제적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기체(가스) 대비 부피가 작아 보관 부지를 대폭 줄이는 반면 저장량을 늘릴 수 있고, 훨씬 많은 양을 안전하게 옮길 수도 있어 수소 보급을 크게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기연은 내다봤다. 수소 저장의 안정성도 높아 주민 수용성 확보에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고락길 책임연구원은 “액체수소의 장점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만들고 장기간 보관하는 기술이 관건이었다”며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저장하는 것을 넘어 장거리 이송과 폭 넓은 활용까지 가능한 만큼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정책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수소 모빌리티와 건물용 연료전지 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경남도·창원시 등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 확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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