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르포] ‘붕어 집단 폐사’ 우포늪을 가다

늪 가장자리 곳곳 비린내 풍기며 죽은 붕어들 둥둥…

검게 썩은 수중생물과 뒤엉켜 발견

기사입력 : 2021-10-20 21:15:59

“가을에 붕어가 죽어 떠오르는 건 극히 드문 일입니다. 더욱이 어린 붕어들이 마구 죽어 떠오른 건 우포늪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네요. 다들 이렇다 저렇다 추측만 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죠.”

창녕환경운동연합 김정선 사무국장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 19일 낮 12시께 방문한 창녕군 이방면 우포늪을 구성하는 늪 중 하나인 목포늪. 가장자리 곳곳에는 여전히 붕어 사체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일부 지점에서는 붕어 사체로 인한 악취가 비릿하게 올라왔다. 군데군데 손바닥 반절 남짓되는 어린 붕어들도 보였으며, 일부 붕어들의 배와 아가미는 붉그스름한 색깔을 띄고 있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소속 감시원이 우포늪을 구성하는 늪 중 하나인 목포늪에서 죽은 채 떠오른 붕어를 수거하고 있다./창녕환경운동연합/
낙동강유역환경청 소속 감시원이 우포늪을 구성하는 늪 중 하나인 목포늪에서 죽은 채 떠오른 붕어를 수거하고 있다./창녕환경운동연합/

“이것 좀 보세요. 일부 죽은 붕어들의 배 부분이 붉잖아요. 이게 스트레스를 엄청 받다가 서서히 죽어간 흔적이라고 하네요.”

창녕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께부터 목포늪에서는 폐사한 붕어들이 대거 발견됐다. 지난 5일 이후부터는 우포늪 일대에서도 붕어 사체들이 떠오르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발견된 붕어 사체는 대략 7000마리 이상. 지난 5월에도 이곳에서 붕어 폐사가 발생했었다.

김 사무국장은 “어제 오후께 목포늪 바닥의 흙을 채취하러 왔는데 이날도 수거된 물고기 사체들이 엄청났다. 물고기를 수거하는 배의 앞머리가 가라앉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오후 1시께 우포늪 환경 감시원들이 배를 타고 목포늪 가장자리 위주로 죽어 있는 물고기를 건져냈다.

환경감시원 A씨는 “수거되는 물고기 사체 99%가 붕어다. 가을에는 붕어가 잘 죽지 않는데 그 점이 의아하다”며 “그래도 처음 발견된 시점보다는 사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우포늪에 위치한 우포늪 제1전망대 앞. 가장자리를 따라 녹조가 형성돼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중 생물들이 검게 썩어 뒤엉켜 있었고 곳곳에서 붕어 사체들이 발견됐다. 나뭇가지로 주변을 찔러 보니 거품이 올라왔고, 죽은 생물과 뒤엉킨 붕어 사체들이 딸려나왔다.

김 사무국장은 “붕어들의 폐사 원인과 관련해 축사 폐수, 녹조, 턴오버 현상, 마름 사멸, 4대강으로 인한 유속 저하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릅니다. 확실한 건 현재 우포늪이 마냥 건강한 모습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고 말했다.

한편 우포늪을 관리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전에 진행한 수질조사에서는 외부유입 물질 등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20일 다시 현장에 방문해 물을 채취한 뒤 수질검사를 진행했다. 또 폐사한 붕어에 대해서는 국과수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어병이 돌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살아있는 붕어를 잡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도 의뢰를 맡긴 상태다.

낙동강청 관계자는 “조만간 정확한 붕어 폐사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한유진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