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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산재노동자 ‘추정 원칙’ 첫 적용

용접사 일하다 폐암 진단 노동자

산재 신청 3개월 만에 승인 판정

기사입력 : 2021-10-24 20:37:16

폐암 진단 이후 산업재해를 신청한 대우조선 노동자가 처음으로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 산재 승인을 받았다.

‘추정의 원칙’은 특정 직업군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병은 신속한 산업재해 보상을 위해 작업(노출)기간, 노출량 등에 대한 인정기준 충족 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인정기준 미충족 시에도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대우조선에서 용접사로 일을 해온 노동자 A씨는 지난 5월 28일 산재를 신청했으며 약 3개월이 지난 8월 31일 산재 승인 판정을 받았다. 직업성 암 판정이 평균 1년을 상회함을 비추어 볼 때 상당한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해상크레인이 대형 선박블럭을 도크장에 탑재하고 있는 모습./대우조선해양/
해상크레인이 대형 선박블럭을 도크장에 탑재하고 있는 모습./대우조선해양/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이하 지회)는 “대우조선에서는 해마다 4~5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에 지회는 추정의 원칙 법제화 및 대상 확대를 주장했다. 이들은 “똑같은 사안일지라도 대상자에 따라 추정의 원칙 적용 기준이 달랐다. 개인의 산재 신청에는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는 반면,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상대적으로 산업재해 처리 기간이 단축됐다”며 “모든 노동자가 신속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추정의 원칙 법제화 및 대상 확대 등 제도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회는 건강관리카드 발급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건강관리카드는 정부가 발암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를 추적·관리해 퇴직 및 이직 후에도 특수검진을 지원하고 관련 질환 발생 시 산재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회는 “조선소에서 흔히 노출되고 있는 용접흄, 디젤연소물질, 도장페인트 등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석면과 똑같은 1군 발암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카드발급 대상기준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정부는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 물질을 확대하고 노출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으로 선제적인 예방사업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회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2월부터 석면건강관리카드 발급 투쟁을 전개해 지난 15일 기준 168명의 건강관리카드 발급을 쟁취했다.

이와 함께 지회는 산재신청에 대한 보복행위 처벌 관련 국내 첫 사례도 언급했다. 지회에 따르면 노동자 B씨는 지난해 6월 사업주의 허락 없이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이에 지회는 사업주를 산재보상보험법 제 111조의 2(불이익 처우의 금지) 위반으로 고발했고 검찰은 불구속구공판 처분을 내렸다.

지회는 “산재 은폐의 근본적인 원인이 보복행위에 있음에도 처벌로 이어진 것이 국내 첫 사례라는 현실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가늠케 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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