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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걷고 싶은 골목- 최석균(시인·창원경일고 교사)

기사입력 : 2021-11-21 20:23:08

골목은 저장고 역할을 한다. 유년의 놀이터로 남아 있기도 하고 사랑의 발자취를 품고 있기도 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골목과 같이 예술촌으로 거듭난 골목도 있지만, 잘 보존했다면 그 지역의 명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기고 사라진 골목도 있다.

골목은 그 길이와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러한 골목 중에 창원 상남동 골목이 있었다. 지금은 도시의 여느 골목과 마찬가지로 반듯하게 구획됐지만 한때는 오일장으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다. 꼬리를 물고 넘쳐나는 난전을 미로를 헤매듯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그 자리엔 지금도 추억처럼 오일장이 서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다양한 장터 풍경과 북적거림은 맛볼 수가 없다.

한편, 일부가 개발되긴 했으나 옛 골목의 모습을 보전하고 있는 곳 중에 창원 안민동이 있다. 거기에 가면 오랜 생활 풍습을 담은 집들과 예스러운 상회 간판, 창문, 대문 등을 만날 수 있다. 흐트러짐 속의 미학이랄까,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가면서 띄엄띄엄 돌담과 텃밭을 볼 수 있고 정자나무 그늘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기대감과 호기심이 일면서 계속 걷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골목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다 알 수는 없다. 골목의 보존 가치에 대해 논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오래됐다고 해서 마냥 좋을 수는 없고 또 맹목적으로 보전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개발이 능사가 아님을 우리는 곳곳에서 체감하고 있다. 한꺼번에 밀어버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옛것을 지키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라질 운명 앞에 놓인 골목이 많다.

골목은 추억이다. 추억은 오늘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오래된 골목일수록 더 큰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에겐 앞선 세대의 흔적을 보존해야 할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골목에서 왔고 또 그 골목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걷고 싶은 골목이 우리 주변에 다양한 모습으로 손짓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최석균(시인·창원경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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