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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역신문의 역할과 소통- 이상규(여론독자부장)

기사입력 : 2021-11-22 20:51:51

몇 년 전 미국과 유럽, 호주를 여행하면서 지역신문을 관심 있게 챙겨 보았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이 지역신문이다 보니 자연히 눈길이 거기에 닿았다. 한국의 지역신문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외국의 지역신문은 일일 발행 페이지가 많고 지역밀착형 일자리 정보, 행사, 세일, 중고품 판매 등을 다루는 생활형 기사 또는 광고가 매우 많다는 점이었다.

외국의 지역신문은 주중에는 30~40페이지(보통 타블로이드판) 안팎으로 발행하다 주말에는 70~80페이지 정도로 신문의 두께가 배가량 늘었다. 해서 인기 있는 지역신문의 주말판 신문은 잡지 한 권 분량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 호주의 지역신문은 주말에 평소 발행 부수보다 훨씬 많은 부수를 발행한다. 평소 주중에 5만 부 발행하던 한 신문사는 주말에 10만 부가량 발행한다.

이들이 주말 신문을 중시하는 까닭은 그만큼 그 나라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고, 레저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 지역신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 등을 주로 앞쪽에 배치했다. 한국 지역신문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한국의 생활소식지인 벼룩신문과 교차로 등에서 취급하는 내용을 많이 다룬다는 점이다.

지역의 소소한 세일 행사와 아나바다 행사, 일자리 정보 등을 광고로 싣기도 하지만 기사 형식으로 다루는 곳도 많다. 특히 지역 마트의 세일 행사를 알리면서 신문 특정 면(주로 지면 하단 모서리에 배치)에 쿠폰을 넣고, 그 지면을 찢거나 오려가면 몇 % 할인해 준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한국 지역신문과 비교해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애완견 등 펫을 다루는 지면이 많고, 애완견 콘테스트와 애완견 감동 스토리 등 기사 내용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한국의 오피니언 판에 해당하는 독자와의 소통란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기사에 대한 독자의 의견과 그에 대한 신문사의 입장을 답장 형식으로 알리는 지면이 많다. 해외의 지역신문은 소소한 내용의 지역의 일상을 다루면서 지역민과 매우 밀착되어 있다. 한국의 지역신문이 중앙정치 등 거대담론을 다루는 것과 비교된다. 그들은 철저히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역민과 소통하지 않고, 지역에 봉사하지 않는 신문은 설자리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해외 지역신문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확산, 거기에 더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역의 종이신문이 큰 폭으로 위축되었다고 한다.

지역신문에 근무하며 지역신문의 역할과 지역신문 기자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본다. 경남신문 구성원들은 경남에서 최고의 지령과 부수를 자랑하는 경남신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늘 고민한다. 이에 경남신문은 지역신문 중 유일하게 지역의 작은 행사, 인물의 동정, 개업, 결혼, 동창회 등을 알리는 ‘소통마당’란을 3개 면에 걸쳐 게재하고 있다. 이는 지역민과 소통을 보다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한국보다 지방자치를 일찍 도입하고 정착시킨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는 지역신문이 전국지보다 영향력이 크고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다. 지방자치의 성숙과 함께 지역신문이 보다 지역민과 더 잘 소통할 날이 오길 기대한다.

이상규(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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