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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뛰는 대출 이자·주거비·물가…주름 깊어지는 가계

금리 급등으로 상환 부담 가중…월세 늘고 가격도 상승

식품가격 계속 '들썩'…"서민·취약계층 지원 확대 필요"

기사입력 : 2021-11-27 09:30:28

가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대출 이자는 빠르게 불어나고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연초부터 시작된 식품 가격 인상 행렬은 연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장보기 겁난다"는 말이 식상할 정도다. 서민들의 체감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연합뉴스 자료사진]

◇ 커지는 월세 부담…불어나는 대출 이자

서울 강북의 30평대 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50대 A씨는 내년 전세 기간 만료를 앞두고 걱정이 크다.

A씨는 "3억5천만원에 세 들어 있는데 새 집을 찾아야 한다"며 "현재 주변 전세금 시세는 5억원으로 급등해 1억5천만원이 부족한데다 전세 물량이 적고 대출 이자는 뛰고 있어 월세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상승세와 전세 물량 감소세가 커지면서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5일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5만7천건을 넘었다. 1∼11월 기준으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23만4천원으로 1년 사이에 10.2% 올랐다.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는 80만2천원으로 12.5% 상승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세입자 입장에서 주거비 부담은 전세가 가장 작고 월세가 가장 크다"며 "집주인의 보유세 증가 등에 따른 월세 선호, 대출 규제 강화, 대출 이자 상승 등이 월세 가속화로 이어져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도 더욱 커진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내년 1분기 중 추가 인상도 예상돼서다.

이에 따라 이미 가파른 대출 금리 상승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한 달 새 0.25%포인트 오른 연 3.26%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62%로 0.47%포인트 뛰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과 기대인플레이션을 반영할 때 가계 대출 금리가 1.03%포인트 올라 지난해 기준 금융부채가 있는 1천174만가구의 가구당 이자 부담액이 연간 149만1천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카드 사용액 제외)은 1천744조7천억원에 달한다. 대출자 10명 가운데 7.5명이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주식 등에 투자한 사람들의 상환 여력이 금리 상승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 식품값 인상 줄이어…"체감 물가는 더 높아"

물가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식품 가격이 계속 들썩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달 서울·경기 지역에서 39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9월과 비교해 25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설탕(5.6%)과 식용유(5.2%), 콜라(3.8%), 쌈장(3.7%), 우유·밀가루(각 3.5%)의 상승 폭이 컸다.

치킨값은 2만원 시대가 열렸다.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교촌치킨은 지난 22일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8.1% 인상했다. 허니콤보의 경우 1만8천원에서 2만원으로 올랐다.

다음 달부터 햄버거와 참치캔 가격도 오른다. 롯데리아는 제품 가격을 평균 4.1%. 동원참치는 참치캔 제품 22종의 가격을 평균 6.4% 인상한다.

국내외 원부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물류난, 인건비 상승 등이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는 10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8% 올라 13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2%)은 3%대로 올라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불안 요인이 여전해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2.3%로 높여 잡았다. 이는 정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 1.8%,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치 2%를 뛰어넘는다. 한은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에 물가 상승까지 겹쳐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체감 생활물가는 더 높아지게 된다"며 "정부는 서민과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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