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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족사로 읊는 소통의 본질

황영숙 시조시인 '매일 아침 매일 저녁' 펴내

기사입력 : 2021-12-01 10:32:54

창원에서 활동하는 황영숙 시조시인이 두 번째 시조집 '매일 아침 매일 저녁'을 펴냈다.

 황 시인은 2011년 '유심' 신인상에 당선된 후 '오늘의시조시인상', '김상옥백자예술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인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동안 창작한 60여 편의 시조를 모아 펴낸 이번 책에서는 가장 평범한 가족사를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황영숙 시조시인 시조집 '매일 아침 매일 저녁'.

 '아침 식후 30분/저녁 식후 30분’// 진해 우체국 소인 찍힌 역류 성 식도염 약/어머니 손수 쓰신 처방 전 태평양을 건너왔다// 불혹을 넘기도록 겉도는 이방에서/사는 일 왈칵왈칵 신물 올라 올 때 마다// 몇 알씩/평정을 삼킨다// 매일 아침/매일 저녁 -'매일 아침 매일 저녁' 전문-

 시집과 동명의 이 시는 미국에 사는 시인의 딸이 화자로 등장한다. 식도염으로 고생하는 딸을 위해 약을 지어 보내면서 이 시를 썼다. 시인은 소통 구조는 날로 진화하는데 사람 간 불통이 잦아지는 요즘, 평정의 알약을 삼켜보지만 이 마저 역류하고 마는 소통 불능을 꼬집는다.

 책은 총 5개 갈래로 나뉜다. 해설을 쓴 이달균 시인은 이 책을 잘 짜여진 연극 한 판 같다고 평했다. 고인이 된 아버지와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 딸까지 3대가 등장한다.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읊는다는 방식이 이색적이다.

황영숙 시인
황영숙 시인

 시인은 "온 몸으로 자서전을 쓰시던 어머니가 먼 길을 떠나셨다"며 "어머니와 나, 그리고 딸 3대가 함께 쓴 시집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시적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심의 원천이 되는 가족을 중심으로 산자와 죽은 자, 동물과 식물, 조명되지 않는 이웃과 장소와의 관계 맺기를 하며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세계에 대한 사유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시조집 표지그림과 드로잉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딸 강경은 작가가 그렸다. 두 사람이 발을 맞닿은 표지화는 사람과의 관계를 뜻한다.

 시인은 "시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여유가 없어 늦게 시인의 길을 걷게 됐다"며 "주변의 좋은 선후배 시인과 온 몸으로 자서전을 쓰시던 어머니, 시적 영감을 주는 딸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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