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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중학생들과 대화하려면 - 이응인 (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기사입력 : 2021-12-03 08:25:09

오랫동안 중학생들과 지내며 나이를 먹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 또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뭐 특별한 비결 같은 건 없지만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은 이렇다.

꾸중하고 화를 내어선 아이들 마음에 가닿기 어렵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러 꾸중을 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의 어떤 행동에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아이의 말을 듣는다. 어이없고 황당한 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입을 막지는 않는다. 듣다 보면 아이의 말보다 그 너머에 있는 아이의 입장이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기서 출발하면 대화가 가능하다.

아이와 대립하여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어른과 마주한 아이는 상대적으로 약자이다. 어른이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더라도 아이로서는 대하기 힘든 상대이다. 입씨름이든 뭐든 아이를 이기려고 하면 대립과 긴장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약자인 아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엉뚱한 방법을 찾는다. 아이와 대립하여 이기려는 어른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불안과 열등감 같은 내면아이가 숨어 있다.

아이를 믿고 기회를 준다. 실수하지 않고 항상 마음에 드는 행동만 하는 아이는 없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자신을 신뢰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누구나 그냥 직감으로 알게 된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실수를 통해 더 크게 배우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어른의 일이라 생각한다.

꽁해 있지 말고 털어 버린다. 어떤 면에서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다. 어제 꾸중을 했는데 오늘 아침에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만날 때가 있다. 한 번의 실수나 잘못으로 ‘어떤 아이’라는 도장을 찍어 버리면, 변화는 힘들어진다. 어제를 툴툴 털고 새롭게 출발하는 아이들에게 배울 점도 있다.

아이들이 쓰는 말을 받아들이면 대화의 출발이 쉽다.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물어보라. 아이는 질문에 답하면서 상대와 소통한다. 얼마 전 이십 대 젊은 선생님이 이런 도움말을 해 주었다.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서 나아가면, 대화는 술술 풀릴걸요.” 쉽진 않겠지만 그렇게 해 보아야겠다. 우리는 어른 아닌가.

이응인 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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