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촉석루] 요소수? 요술수?- 김형엽 (시인)

기사입력 : 2021-12-06 08:08:49

요소수 대란으로 전국이 막 시끄러워질 때의 일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 낯선 단어가 궁금해 친구와 통화 중에 물어보게 되었다. “도대체 요소수라는 게 뭐야?” 친구는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었는지 “뭐? 요술수?”라고 되물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만들어진 ‘요술수’라는 말에 잠시 깔깔 웃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정말 요소수가 요술수로 둔갑하는 현장을 TV화면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각 지역의 소방서 앞으로 요소수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화물차를 타고 온 남자가 119지역대에 차를 세우고 요소수를 내려놓고 사라지는 장면, 간식과 함께 요소수를 두고 가는 장면 등 전국의 많은 소방서 앞으로 공공의 안전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럴 때 요소수는 그야말로 요술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부분 익명으로 요소수를 기부하고 간혹 쪽지를 남기고 간 경우도 있었는데 유독 마음이 울컥해지며 뜨거워지는 쪽지내용이 있었다. 바로 ‘멈추지 말고 전진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쪽지다. 그 말은 비단 소방서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그 장면을 본 모든 사람들에게 힘찬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왔을 것이다.

요소수 기부 장면을 보며 이제 바야흐로 기부와 나눔의 계절이 우리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물론 기부와 나눔이라는 것이 한정판매 상품처럼 어느 한 계절에 일시적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리의 풍경이나 뉴스 분위기를 봐도 따뜻한 마음 하나하나가 더욱 필요한 시간임을 체감할 수 있다.

신축년 달력은 어느새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 12월이라는 숫자 앞에서 겨울을 어떻게 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올겨울도 독거노인이나 한 부모 가정, 영세 자영업자 등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모두의 전진을 위한 산타의 마음 한 조각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의 온기로 마음을 쬐면 추운 겨울도 한결 따뜻해 지리라 우리에겐 아직 다양한 형태의 더 많은 요술수가 필요하다.

김형엽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