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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새해 아침 창원과 북경을 연결하며- 고성배(한국차문화연합회장)

기사입력 : 2022-01-10 20:30:45

북경의 중심부에는 광화문 광장(1만8840㎡)의 23배가 넘는 44만㎡의 천안문 광장이 있다. 동쪽으로는 동성구, 서쪽은 서성구로 행정구역이 나눠지는데 그 광장은 중국 대륙의 중심이고 권력의 집결지다. 경상남도나 창원시 행정이 북경시와 교류를 한다(?). 아마도 쉽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당장 면적만 보아도 북경시는 1만6410㎢로 경상남도의 1.5배이며, 창원시의 22배다. 인구는 주민등록상(2016년) 2195만명을 찍었다가 인구 억제 정책에 의해 (2020년) 2143만명으로 감소하였지만 지방에서 올라와 활동하는 비 등록 인구를 포함하면 3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위는 산술적 내용이다. 정치, 경제, 언론, 문화 등 힘의 잣대를 논한다면 언감생심 어찌 감히 비교할 수 있겠냐만, 민간 인적 자원을 내세운다면 교류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 몇 자 적어본다.

천안문에서 약 7㎞ 떨어진 동성구(東城區) 성현가(成賢街)에 ‘공묘와국자감 박물관(孔廟和國子監 博物館)’이 있다. 1287년 돼 1302년 공묘, 1306년 국자감이 건축됐으며 원·명·청대(元·明·淸代) 국가 교육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이자 최고 학부로 운영됐던 곳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면서 폐지됐고, 수도박물관으로 사용되다 수도박물관이 새 건물로 옮겨가면서 북경시 산하 박물관이 됐다. 그렇지만 국가지정 AAAA급 박물관이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여타 박물관처럼 유물 보관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교실 및 유학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대표적 행사로는 북경시 문물국과 동성구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공묘국자감 국학문화축제’가 있다.

공묘국자감의 상징은 당연 공자(孔子)다. 창원에는 공자의 자손으로서 최초 한국으로 건너온 공소(孔紹·공자 54세손· 1304~1381)의 묘소가 있다. 지난 10여 년, 필자는 공소 선생을 등에 업고 경상남도와 자매결연 맺고 있는 산동성의 왕뢰 문화관광청장, 공맹(孔孟)의 고향인 제녕시 왕미화 상무부시장, 곡부시 이유생 당서기 등을 만나 교류를 했다. 중국의 심장부인 북경으로 가서는 공묘국자감 오지우 관장, 인민출판사 진아명 상무편집장을 만났고 북경대학 외국어대학원에서는 ‘창원의 문화유산과 차 문화’를 주제로 특강을 한 바 있으며 북경대학 한국연구센터와는 상호협약을 맺고 오기도 했다. 북경대학 심정창 한국연구센터장, 복단대학 정계영 한국연구센터장, 공묘국자감 기첩정 성현국학관장, 제녕시 번강 문화국장 등은 창원을 방문했고 몇 차례 세미나도 개최한 바 있다. 2019년 3월 29일에는 산동성 왕뢰 문화관광청장과 곽가서 산동박물관장(現 공자박물관장)을 만나 산동박물관에서 30일간의 ‘한국공예품특별전시회’를 합의 봤으나, 행정의 관심 부족과 코로나로 멈춰진 상태다.

각설하고 지역 청소년들과 북경 공묘국자감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과의 교류를 제안해 본다. 우리 지방의 행정이나 정치는 북경과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활동에서 증명되듯 공자를 숭배하는 공묘국자감에서 사회학을 논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한국 곡부공씨의 시조인 공소 선생이 영면하고 있는 창원의 박물관에서 방과 후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과의 교류는, 시진핑 주석이 서울대 강연(2014.7.4.)에서 공소 선생을 언급해준 가치성이 마중물 될 것이다. 강북과 강남의 삶의 질이 다름을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다. 통합 10년밖에 되지 않은 창원시도 창원과 마산의 수준이 다르다고들 한다. 창원의 청소년들과 북경의 청소년, 그것도 천안문 광장 인근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과의 교류는, 분명 ‘공자와 공소 콘텐츠’가 브릿지가 되리라 믿는다.

관건은 이곳 지도자들의 의식과 의지일 것이다. 20년, 30년 뒤 중국의 중심부에서 활동하게 될 친구들과의 문화적 우정은 후일 국익에 도움 될 것이고, 우리 청소년들의 인적 네트워크 세계화에 힘을 실어주는 교육 사업이다. 2022년 새해, 행정만의 특례시가 아니라 특례시민다운 시민사회적 특례시를 구상해보면 좋겠다.

고성배(한국차문화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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