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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못 버티고…40년 된 창원호텔도 넘어갔다

1983년 ‘창원관광호텔’로 문 열어 창원시내서 가장 오래 된 호텔

지난해 연말 매매 완료

기사입력 : 2022-01-10 20:51:48

코로나19로 도심 호텔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개장 40년째를 맞는 ‘창원호텔’이 최근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호텔은 1980년대 창원을 방문하는 국내외 비즈니스 출장자들에 비즈니스·관광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1983년 1월 ‘창원관광호텔’로 문을 열었다.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본관 건물에 173개 객실(초기 167실)이 자리했으며 별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예식장으로 쓰였다. 남아 있는 창원 시내 호텔들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최근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의 창원호텔./김승권 기자/
최근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의 창원호텔./김승권 기자/

◇창원호텔 매각=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께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위치한 창원호텔이 370억원에 매물로 나왔으며 지난해 연말 매매계약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호텔 측은 이달 초 호텔 내 임대업장에 2월 말까지 업장을 비워달라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딩홀은 이미 지난해 12월께부터 영업 중단 상태다. 다만 새로운 매수인이 호텔업을 이어갈지는 확정된 바 없다.

창원시 성산구청에 따르면 호텔이 들어선 곳은 창원배후도시지구단위계획 상업지역 A에 속하는 곳으로 근린생활시설이나 판매·운수·운동·업무·숙박시설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은 들어설 수 없다.

이에 대해 창원호텔 관계자는 “매각 사실 이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어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향후 활용 방안도 매수인에 달렸다”고 밝혔다.

◇30년 된 중식당도 문 닫는다= 이 호텔 내에서 30년간 자리를 지키며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많은 귀빈이 찾았던 중식당도 이달 초 매각으로 인한 영업 중단 요청을 받았다. 지난 1992년 7월 창원호텔 내에 중식당 ‘만다린’을 열고 30년간 영업해온 범대복 대표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30년간 꾸준히 찾아준 손님을 비롯해 2002년 월드컵 폴란드 전 때 월드컵 사상 첫 승 기념으로 50인분 밥값을 받지 않은 일, 중국에 문호개방이 될 당시 산둥성 당서기에게 산둥식 만두를 대접했던 일도 떠오른다고 했다.

범 대표는 “코로나19로 2년간 힘들었는데도 임대료를 매번 꼬박꼬박 내왔는데 하필 이렇게 어려울 때 매매가 되고 향후 어떻게 바뀌는지도 모른 채 갑작스럽게 나가라고 하니 아쉽다”며 “그간 찾아주신 손님들께 어떻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관광호텔들 연이은 폐업= 창원호텔뿐 아니라 2000년대 이전부터 운영하던 관광호텔들도 지난해 폐업·매각이 이어졌다. 이 호텔들은 경기침체에 이어 코로나19로 2년간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진 데다,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호텔급 시설의 모텔들이 운영되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지난 1990년 설립된 마산 아리랑호텔은 지난해 4월 말까지만 영업을 하고 다른 회사에 매각된 이후 자동차 관련 홍보관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같은 해 문을 연 사보이호텔도 지난해 5월께 영업을 종료하고 매각돼 건축물 철거 후 주상복합 등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05년 문을 연 마산관광호텔은 지난해 3월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경남관광협회 김형동 사무국장은 “창원 산업·관광의 역사라고 볼 수 있는 호텔들이 차례로 문을 닫게 돼 안타깝다”며 “운영하고 있는 호텔들도 지난해 11월 거리두기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희망을 품다가 2년째 연말연시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서 경영난이 심각한 상태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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