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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표성’과 ‘투표 가치’가 충돌하는 도의원 선거구

기사입력 : 2022-01-17 20:48:25

2018년 헌법재판소가 광역의원 선거의 인구 편차 허용 기준을 4대 1에서 3대 1로 강화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수가 1석씩 줄게 된 함안, 창녕, 고성, 거창군을 비롯한 전국 14개 기초자치단체가 현행 도의원 의석 유지를 호소하는 공동 건의문을 냈다. 이 사안은 본 란을 통해 수차 게재한 바 있는 것이지만 도시권과 농촌지역,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에 비춰 재론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들 14개 기초자치단체들이 각 당의 대선 후보들과 정당 대표들에게 발송한 ‘광역의원 선거구 획정 개선’ 공동건의문은 광역의원 선거구를 단순히 인구 수만이 아닌 비인구적 지표를 통해 획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2조 제1항에 따른 광역의원 정수의 조정 범위를 ‘100분의 14’에서 ‘100분의 20’으로 확대해 줄 것과 광역의원 최소 2명을 유지할 수 있는 농어촌지역의 특례조항 신설을 강력히 요청했다. 결국 현행 의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이번 건의문은 선거인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인구 비례성과 열악한 농촌의 현실을 감안한 대표성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는 일이라 할 수있다. 인구 편차에 따른 투표가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과, 면적이나 지역의 차별적 특성 등 이른바 비인구적 요소를 통해 ‘대표성’의 가치를 지켜달라는 요구가 맞서는 모양새다. 농어촌지역의 특례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현재 농촌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대표성의 전제를 투표가치 평등성보다 우위에 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서 광역의원 수가 줄 경우 지역발전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고 중요 사안과 관련 발언권이 약화돼 가뜩이나 도시권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농촌지역의 소외가 심화하고 정부의 지방 살리기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 많은 고민이 있는 사안이지만 일률적인 선거구 획정보다는 지역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의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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