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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산청의 팔방미인 박덕선 환경운동가

숲 해설사·생태운동가·시인… 그녀는 1인 다역 ‘원더우먼’

수십년 전부터 생태운동·관련 글 쓰며 활동

기사입력 : 2022-02-23 21:45:16

최근 전 세계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ESG’다.

매일경제의 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종이컵 등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자는 움직임, 투명 페트병과 비닐 등 재활용품의 분리배출이 세분화된 점, 신발·의류를 구매할 때 페트병 등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점, 디젤차가 퇴출되며 주변에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 종이를 사용하는 우편물이 크게 줄어들고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환경 살리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수십년 전부터 생태운동과 그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 숲 해설가, 환경운동 등을 하고 있는 박덕선씨가 들꽃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박덕선씨/
수십년 전부터 생태운동과 그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 숲 해설가, 환경운동 등을 하고 있는 박덕선씨가 들꽃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박덕선씨/

필연적으로 ‘환경운동’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러한 환경운동의 범주에는 ‘생태운동’이라는 개념도 있다.

사전적으로는 ‘기계화된 생산 활동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널리 알리고 인간의 생활 양식을 바꿔 생태계와 조화된 사회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운동’이라는 의미를 가진 생태운동은 어찌 보면 환경운동보다도 더 상위 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십년 전 젊은 시절부터 생태운동과 그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 지난 2010년 자신의 고향인 산청군 차황면 황매산 자락으로 들어와 현재 식물성 오메가3 제품을 생산해 수년째 미국으로 수출 하고 있는 ㈜산엔들의 대표로 있으면서 숲 해설가, 환경운동 등을 하는 박덕선(60)씨가 있다.

생태와 환경, 내 몸 살리기라는 키워드는 어린시절부터 60대가 된 지금까지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박 대표의 고향은 황매산 자락의 산청군 차황면이다. 그녀는 고향의 황매산 기슭에 깃들어 살았다. 유년 시절 산골살이의 가난과 문명과 단절된 환경 속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도시의 독지가들이 보내준 교무실 복도에 가득 찬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TV도 없던 시절이라 외부 세계와의 소통은 책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숲 해설 프로그램 운영
숲 해설 프로그램 운영

◇자연스럽게 약초 연구를 접하다

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경남은행에서 향토문화지로 발간했던 ‘경남식물도감’을 만드는 팀에 참여하게 됐다. 경남지역에 자생하는 나무와 야생초를 조사하기 위해 북으로는 덕유산에서부터 남으로 양산 배내골까지 3여년간을 훑으며 야생화를 조사하고 글을 썼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는데 자신 안에 내면화돼 있던 약초들의 이름과 지식들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이다. 그가 살던 마을은 첩첩산중으로 너무 가난했다. 황매산에 깃들어 살면서 온갖 약초들을 캐다가 읍내 한약방에 내다 팔아서 보리고개를 넘겼기 때문에 어른들은 모두 약초꾼이었다.

현장에서 숲 해설을 할 때 우리 발밑에 깔려 자라는 들풀들이 알고 보면 약초인데 이런 것들만 잘 활용해도 우리 몸의 자연성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하면 반복적으로 질문이 들어와 약초 연구를 시작하고 그동안의 연구와 자료들로 책을 내고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제약공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마쳤다.

산청 동의보감촌 아카데미 숲 해설
산청 동의보감촌 아카데미 숲 해설

◇생태운동 더 널리 알리게 된 숲 해설사 활동

숲 해설가는 우리산야에 자생하는 식물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 숲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생태계 보존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한다.

제일 처음 숲해설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에 산림청으로부터 지리산휴양림 해설사로 위촉 받으면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경남수목원, 창원 비음산, 정병산, 천주산, 무학산 일대에서 숲 해설가 양성 단체 대표를 맡고 숲 해설을 해왔다.

◇고향 산청의 동의보감촌에서 숲 해설 프로그램 운영

박 대표는 고향으로 돌아와 바쁜 와중에도 숲 해설 프로그램을 지속했다. 산청군의 명소인 동의보감촌을 방문하는 힐링아카데미 연수생들에게 동의보감촌의 건강성을 알리고 산청의 문화와 숲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 약초의 유익성을 알리는 통합적인 숲 해설을 해왔다.

동의보감촌의 소나무 숲을 거닐며 약초와 나무들을 해설하면서 산림업의 미래와 우리 약초의 좋은 기능과 도시의 삶 속에서 얻은 문명병의 치유와 우리 약초의 유용성을 알렸다.

더불어 지리산 대원사계곡 둘레길 코스도 2년간 정기적으로 해설을 해오며 산청의 명산 지리산과 약초의 고장 산청을 알려내고 생태 위기시대의 삶의 지혜를 전달해 왔다.

◇야생화와 약초 들꽃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내다

이처럼 야생화와 약초에 빠져 살아온 박 대표의 첫 책은 ‘풀꽃과 함께하는 건강약초126선’이라는 산문집이었다. 마산MBC 라디오에서도 매주 들꽃이야기 방송을 2년간 했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약초와 들꽃이야기를 먼저 책으로 엮었다. 경남작가회의에 적을 두고 꾸준히 글을 써오다가 지난 2017년에야 겨우 생태시집 ‘꽃도둑’을 냈다. 그동안 써 두었던 자연과 인간, 생태와 여성을 주제로 한 글들을 모아 시집을 냈다.

이 시기 그에게는 ‘풀꽃 운동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1인 다역의 원더우먼으로 지내면서도 시집을 출간하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 자연 재앙에 대한 감상을 시집으로 엮어냈다. 지난 3년여간 기후변화와 자연의 재앙인 코로나19를 견뎌 나오며 겪는 삶의 모순과 고뇌 등을 시로 엮은 시집 ‘술래야 술래야’를 냈다.

박 대표는 “삶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시들을 읽어내기가 참 아프더라는 평을 듣는다”며 지금도 경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장, 생명의숲 이사 등을 맡아 생태운동을 해오면서도 작가회의 회장 일을 해내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회의.
마을 주민들과 회의.

◇우리 몸의 자연성을 되살리는 것이 최선의 건강법

박 대표는 “도시 생활을 기준으로 보자면 아파트, 집안, 도로, 학교 등 하루 종일 걸어도 흙 한번 밟지 않아도 되는 자연 살해의 공간이다. 그 공간 속에서 순수 자연체인 우리 몸이 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물을 떠난 물고기 신세인 것이다. 그런데다가 먹거리들은 온통 패스트푸드와 트랜스 지방 덩어리인 햄버거, 통닭 등 온갖 볶고 튀긴 음식들 일색이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이러니 세 명 중의 한 명이 아토피를 앓고, 네 명 중 한 명은 비염을 앓고 장년기로 갈수록 치질, 성인병 등 각종 문명병에 노출돼 무병장수의 꿈은 온갖 질병들에 시달리며 사는 유병 장수의 불행한 시대를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 대표의 활동은 생태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가 고향 산청으로 들어올 때 목적 중 하나가 연로한 부모님과 고향마을 어르신들이 요양원 가지 않고도 함께 모여 살면서 농사, 약초재배를 함께하며 사라져 가는 마을을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차황면 권역개발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며 ‘농촌체험지도사’ 자격도 취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차황면 일대의 공원화 사업과 관광벨트를 조성해 오고 싶고, 살고 싶은 차황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경남지속가능협의회 공동회장, ‘경남생명의숲’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윤식 기자 kim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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