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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한국전기연구원 명성호 원장

“지능 전기기술로 지역 제조 혁신에 전력 질주할 것”

전문인력과 풍부한 연구·시험 인프라 보유

기사입력 : 2022-03-16 20:56:40

기계공업의 요람인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산단 내 기업들을 위한 제조 혁신 인프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 한국전기연구원의 역할과 비중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창원산단 배후에서 전기분야 기술개발과 전력기기 시험인증 사업을 통해 관련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제14대 명성호 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임 200일을 맞은 명 원장을 만나 전기연의 운영 방향과 지역 협력사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장이 “미래 전기화시대에 맞춰 연구원의 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김승권 기자/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장이 “미래 전기화시대에 맞춰 연구원의 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김승권 기자/

- 작년 8월 취임 이후 200일이 됐다. 기관 수장으로서 소회는?

△국내 유일의 전기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전기연구원을 이끌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 20대 때부터 38년 넘게 일한 곳이다 보니 감회가 더욱 새롭기도 하다. 취임 이후 지난 200일간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의 많은 유관기관 및 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인사를 드리고 상호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최근 지역경제가 어렵다 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 과학 기술, 특히 전기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연구원 역시 지역에서의 위상과 역할이 대단히 커진 것 같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바는 정말 많은 분들이 우리 연구원에 바라는 역할과 기대치가 생각 이상으로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연구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일지 스스로 가다듬는 뜻 깊은 성찰과 고민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 전기연의 업무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전기연은 1976년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창원 성주동에 본원이 위치하고 있고, 인력 규모는 약 800여명이다. 대표적인 업무는 크게 6가지다. 먼저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안정화를 위한 전력망 연구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을 주력으로 진행하고 있다. 둘째로, 전기에너지를 주고받는 과정에 필요한 각종 전력기기나 장비를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으로 만드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셋째로, 전기를 응용하는 기술인데, 국가산업 분야의 핵심인 고효율 모터와 정밀 공작기기, 스마트공장 AI 연구와 더불어 미래 운송 수단인 전기선박과 드론/플라잉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넷째는 최근 주목받는 소재 부품 분야로, 전력반도체부터 다양한 전기·전자기기에 적용되는 전지와 나노기술 등 재료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섯째는 전기의료기기 연구다. 우리가 MRI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을 정도로, 이미 오래 전부터 의료기기 분야 연구를 선도적으로 해 왔다. 마지막으로 차단기나 개폐기 등 전력기기가 가혹한 이상 조건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엄격하게 시험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적서나 인증서를 발급해 주는 일명 시험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전기연이 지역과 펼치는 사업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가장 큰 사업은 연구원이 보유한 지능 전기기술을 기계산업에 적용하는 ‘경남 창원 강소연구개발특구’다. 지역 제조업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일종의 R&D(연구개발) 특구다. 창원 성주동에 위치한 전기연 부지를 중심으로 창원국가산단(1.26㎢), 창원국가산단 확장구역(0.44㎢), 불모산저수지 인근 부지(0.14㎢) 등 모두 1.84㎢의 배후공간을 ‘지능 전기 기반 기계융합 산업특구’로 육성한다는 게 목표다. 핵심은 전기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AI)기술과 ICT 정보통신기술,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통해 창원 기계산업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연구원에서는 지역 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게 혁신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특히 연구원은 높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전문인력과 풍부한 연구·시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연구소를 운영할 수 없는 대부분의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전기연의 존재 가치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우리는 ‘창원형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지역의 미래가 될 창업기업과 연구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이고 있다.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장이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장이 "미래 전기화시대에 맞춰 연구원의 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김승권 기자/

- 제조업 혁신을 위한 캐나다와의 인공지능(AI) 협력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한 ‘제조 AI’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원 기계산업에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을 적용해 산업의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지역 경제에 혁신과 활력을 주는 큰 사업이다. 참고로 캐나다는 알파고를 탄생시킨 AI 딥러닝의 발상지이고, 우리와 협력하는 캐나다 워털루 대학은 제조업 응용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AI 전문 인력만 무려 300여명이다. 전기연과 창원시, 워털루 대학은 양국에 AI 센터·AI 허브를 구축해 상호 교류를 강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창원산단 내 제조 공장에 AI 기술을 접목해 아주 큰 효과를 거뒀다. AI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스핀들 유닛이라는 핵심 부품의 고장 진단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었던 기업은 고객사의 만족도 향상과 수주 증가라는 결과를, 자동차 조향장치의 조립 지원을 받은 기업은 약 10%의 매출액 향상과 연간 3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봤다.

- 올해 기대할 만한 지역 협력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는지?

△올 상반기에 완공될 140억원 규모의 ‘스마트이노베이션센터’ 인프라가 있다. 여기서는 기업들이 제품개발 단계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을 ‘디지털 트윈’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사전에 예측하고, 해결 방안까지 제시해주는 일명 ‘공정혁신 시뮬레이션’ 업무를 수행한다. 제품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을 대폭 단축해주는 획기적인 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창원대·경남대 등 지역 대학과 손을 잡고 스마트 제조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하반기에 완공될 185억원 규모의 국제공인 전력기기 시험인프라도 있다. 초고압 직류송전에 필요한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에게, 빠르고 신뢰성 높은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목적이다. 그동안 국내에 시험장이 없어 업체들이 해외에 나가곤 했는데, 이제 저렴한 비용으로 창원에서 시험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향후 30년 기준 약 157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 36개 유망 창업기업들에게 안정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창업센터 증축 사업도 최근 마무리됐고, 70여개 창원 강소특구 입주 기업들을 위한 테크비즈센터 건물도 올해 착공할 예정이다. 연구 분야에서는 창원시와 함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전기선박과 공중 풍력발전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밀양시와는 나노융합 기술 협력을, 김해시와는 의료기기 관련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며, 이를 위해서는 첨단 과학기술이 핵심이다. 특히 전기 기술은 미래 대부분 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가 전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명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그만큼 지역에서의 연구원 가치와 역할 그리고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다양한 대외협력 사업을 열심히 펼치고 있지만, 계속해서 전기연구원이라는 존재로 인해 많은 도민들이 혜택을 받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 발전을 위해 전력(電力) 질주하는 연구원의 힘찬 발걸음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 명성호 원장은

198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1983년) 및 박사(1996년)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전기연구원 입사 이후 전기환경송전연구그룹장,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장, 미래전략실장, 연구부원장, 시험부원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대전력망회의(CIGRE) 전기환경 부문 한국대표, 한국전력 열린경영위원, 경남테크노파크 이사 등을 지냈고, 현재는 한국에너지학회 이사, 대한전기협회 한국기술기준위원회 위원, 한국전기산업진흥회 운영 위원 등을 맡고 있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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