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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3] (11) 뜨거운 원전 논란

“탄소제로 위해 원전 필수” vs “안전·환경보호 위해 탈원전”

기사입력 : 2022-03-23 21:21:39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 하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지구적인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것.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이 원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 발전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인간이 만들고, 인간의 터전을 담보로 가동되는 원자력 발전은 인간이 훼손해 온 환경을 되돌릴 수 있는 에너지 산업일까? 경남지역 환경단체 내에서도 뜨겁게 논의 중인 이 논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다.

지난 2020년 7월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조합원 등이 경남도청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요구하고 있다./경남신문DB/
지난 2020년 7월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조합원 등이 경남도청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요구하고 있다./경남신문DB/
탈핵경남시민행동 등 회원들이 지난해 8월 도청 앞에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해양생태계 파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경남신문DB/
탈핵경남시민행동 등 회원들이 지난해 8월 도청 앞에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해양생태계 파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경남신문DB/

11년 만에 탈원전 갈림길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본격화

2017년 문 대통령 탈핵 선언했지만

탄소중립 실천 과정서 원전으로 유턴


◇11년 만에 흔들리는 탈원전…기로에 놓이다= 2011년 3월 11일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덮쳤다. 원전은 파괴됐고 유출된 방사능이 사방으로 퍼졌다.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은 1968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와 같은 7등급(최고 등급). 소식이 전해지자 경남도민들도 방사능 유출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1000㎞나 떨어져 있는 후쿠시마와 경남 간의 거리가 ‘1000㎞에 불과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11년이 지났지만 원전에 대한 도민들의 두려움은 여전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출범한 탈핵경남시민행동 등 단체들은 지금까지도 탈핵을 촉구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탈핵운동은 2017년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선언을 하는 결실도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탈원전 기조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도 온전히 담겼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전 세계의 핵심 목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며 탄소중립 시계를 앞당겼다. 시나리오에는 원전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50년 6.1%까지 낮추고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6.6%에서 70.8%로 늘리는 로드맵이 구성됐다.

하지만 오늘날 탈원전에 대한 기조는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국내 탈원전에 대한 지지도가 역전돼 원전 축소보다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라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0월 에너지 관련 학회 회원 1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79.3%,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5.5%로 나타났다.

국내 정치 측면에서도 원자력 발전 정책은 사실상 정해진 갈림길 앞에 선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 전면에 내새웠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주도했던 문 대통령도 최근 “원전은 향후 60여년 동안은 주력 기저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의 이른 시간 내 정상가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탈원전 원점서 재검토해야

최근 EU가 친환경 산업에 원전 포함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과 공존 힘들어

탈원전 선언 프랑스, 원전 강화 결정


◇“탈원전·탄소중립 공존 힘들어”= 지난달 25일 마창진환경연합 주최로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후위기시대, 탈핵 운동의 방향’ 토론회에서는 탈원전 운동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마창진환경련 소속 정성기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지키기 위해 원전으로 유턴하는 흐름이 있다”며 “기후위기란 목적으로 탄소중립과 탈원전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다 모두 놓칠 수도 있기에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의 주장대로 전 세계적으로는 11년 전 불었던 탈원전 열풍에 저항하듯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가장 최근 이슈는 유럽연합(EU)이 지난 2월 ‘그린 택소노미’에 기존에 미포함됐던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킨 것이다. 그린 택소노미란 해당 산업이 친환경 산업인지 여부를 분류하는 체계로 포함된 업종은 EU 내에서 각종 금융 및 세제 지원을 제공받게 된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적용하는 기준은 엄격한 편이지만, 친원전론자들은 큰 틀에서 원자력 없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온 흐름이라고 해석한다. EU택소노미 확정안에 따르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할 때 친환경에너지로 인정받는다. 다만, 이는 현재 기술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나라별로는 탈원전 기조를 보였던 프랑스는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강화로 회귀했으며, 미국은 지난해 5월 원전 2기의 수명을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늘렸다. 중국 또한 향후 10여년간 원전 150기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고리원전./연합뉴스/
고리원전./연합뉴스/

탈원전 기조 유지해야

국내 도심 가까워 사고 땐 위험 더 크고

폐기물 처리 부지 해결 못해 ‘걸림돌’

재생에너지 집중하면 탄소중립도 가능


◇“원전은 미래세대에 엄청난 책임 미루는 행동”=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운동가를 자처한 박종권 공동대표는 원자력이 내재한 위험을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1979년 쓰리마일섬,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던 원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또 다시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엄청난 규모의 환경 오염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11년 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아직도 지속적으로 소량의 방사성 낙진이 뿜어져 나오는 등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며 “고리 원자력 발전소와 양산은 12㎞, 창원은 60㎞ 떨어져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원전과 도심지와의 거리가 짧아 사고 발생 시 환경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위험도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생기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EU 등은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를 친환경 산업으로 인정하는 조건으로 정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사용 후 핵연료를 처분하는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조차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용 후 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 안 임시 저장시설에 따로 보관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또한 폐기물이 누적되면서 2031년이면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원전 회귀 바람이 불고 있다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은 지속적으로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독일은 2022년 12월까지 국내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원자력이 없으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오는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 단가가 계속해서 낮춰지고 있어 재생에너지에 집중해도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며 “원전은 당장 현 시대의 편리함을 위해 미래세대에 엄청난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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