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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또 오고 싶고 또 듣고 싶은 통영국제음악제 만들 것”

기사입력 : 2022-03-30 21:42:12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는 1999년 그의 고향 통영에서 ‘윤이상 가곡의 밤’으로 출발했다. 이듬해인 2000년 ‘통영현대음악제’를 거쳐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렇게 시작된 통영국제음악제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올해 스무 돌과 더불어 통영국제음악제는 진은숙 작곡가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지난 25일 진 감독이 취임 후 처음 맡은 ‘2022 통영국제음악제’가 개막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앞으로 5년 동안 음악제를 이끌어가는 진은숙 예술감독을 만나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통영국제음악재단/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통영국제음악재단/

-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게 된 계기와 현재의 소회는.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제안을 받았고, 사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는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일 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가 제안을 수락하게 됐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을 위해서 일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통영국제음악제는 20년 전에 김승근 서울대 음대 교수께서 맨땅에 삽질해가면서 만들었다. 그동안 그 분과 여러 다른 분들의 손을 거쳐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더욱이 올해는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페스티벌이다. 준비한 프로그램을 드디어 무대에 올리게 돼 상당히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막중하기도 하다.

올해 20주년 맞은 뜻깊은 통영국제음악제
한국 젊은 음악가들 위해 감독 제안 수락

‘다양성 속의 비전’ 주제로 예술 세계 구현
국내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자리매김한 음악제
국내외 아티스트들 참여 요청도 줄이어

“앞으로 5년간 상상 그 이상의 공연 준비해
국제적 페스티벌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국내 문화계 팬에 최상의 공연 선보일 것”

- 외부에서 바라보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위상은.

△지역에서 열리는 음악제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체감을 잘 못할 수도 있는데, 통영국제음악제는 이미 국제적으로 중요한 페스티벌로 자리매김을 했다. 세계적인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알려져 있는 음악제다. 왜냐하면 그동안 굉장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곳을 다녀갔고, 그들이 돌아가면 선전을 해준다. 음악인들이 음악제에 초청을 받아서 가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이 있다. 하나는 ‘거기는 절대로 다시는 안 간다’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는 또 가고 싶다’이다. 그런데 통영국제음악제는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페스티벌이다.

그래서 한 번 왔다 간 사람들은 다시 오고 싶어하고, 그들이 이제 다른 동료 음악가들에게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해 선전을 한다. ‘내가 거기 갔었는데 정말 좋더라, 너도 한번 가봐라’ 이런 식으로. 그래서 저는 외국인 음악가들 사이에서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제가 지금은 예술감독을 맡고 있지만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안 좋은 경험이 있거나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그런 얘기를 저한테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나같이 ‘너무 좋고 아름답고, 통영에 있었던 매순간이 좋아서 다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독이 되고 나니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 /통영국제음악재단/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 /통영국제음악재단/

-이번 통영국제음악제 주제는 ‘다양성 속의 비전’이다. 주제에 대한 기획의도는.

△‘다양성’이라는 건 올해 뿐만 아니라 제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구현하고 싶은 예술 세계다.

제가 한국사회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의 어떤 문화 현상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과연 한국 청중들한테 정말 다가갈 수 있고, 우리가 바라는 문화적 콘텐츠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해보니, 예를 들어 클래식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의 문화현상이라는 게 유럽이라던가 미국하고는 또 다르게 큰 전통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매우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장르나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을 해서 ‘다양성 속의 비전’이라고 주제를 잡게 됐다.

또 아무래도 음악제 이전에 음악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추상적인 예술이다. 그래서 예술이라는 장르 속에서 음악은 가장 이해하기 힘든 그런 예술의 형태다. 저희가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지만 아무래도 거기에 중심이 되는 건 음악인데, 음악이라는 건 사실은 종교나 문화적·언어적·사회적·정치적 차이 등 그 모든 부분을 뛰어넘어서 어떤 인간과 소통을 하는 그런 영역에 있는 예술이다. 이를 통해서 저희가 국내 팬들과 소통하는 걸 넘어서 국제적인 무대에서도 소통을 하고, 또 여태까지 이런 음악을 향유하지 않았던 층들과도 소통을 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큰 임무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있었다.

- 음악제 준비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되게 많다. 그중에서도 ‘해리 파치 앙상블’ 섭외 과정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미국에 있는 팀이 아니라 독일에 있는 팀을 불러오려고 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쪽이랑 얘기를 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어 감독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그 감독이 푸랑크푸르트에서 뉴욕을 가는 비행기를 타는 바로 직전이었다. 우리 음악제에 오기로 한 날짜에 다른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을 하고, 그 프로젝트에 대한 협의를 하러 뉴욕에 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많이 당황했다. 부랴부랴 미국 쪽과 섭외를 해 한국에 오기로 했는데 출연이 불발됐다.

-5년간 통영국제음악제를 이끌게 됐는데, 앞으로 어떤 음악제로 만들고 싶은지, 이를 위한 운영방향 및 계획은.

△제가 예술감독을 맡은 기간 동안 통영국제음악제를 더욱더 국제적인 페스티벌 안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고, 무엇보다도 통영국제음악제를 통해 국내 문화계 팬들에게 최상의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드리는 것처럼, 해마다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혹은 기대하지 않았던 그런 특이한 공연들을 준비하고, 그러면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보다 더 견고하게 만들어 가는 그런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 /통영국제음악재단/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 /통영국제음악재단/

☞ 진은숙 감독은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함부르크 음대에서 거장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를 사사했다. 2004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작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그로마이어) 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국내에서는 2007년 대원음악상 작곡상, 2012년 호암상 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1년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 레지던스 작곡가, 2005년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 2006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2010년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2016년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기획자문역 등을 역임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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