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획] 생활 속 안전사고 위험지역 현장을 가다 (1) 잘못 설치된 버스베이·정차구역

안전한 ‘버스베이’ 만들어놓고 도로 위에 ‘정차구역’ 또 설치

기사입력 : 2022-04-13 21:25:46

창원 109번 노선 중 5곳 정류장

베이 바깥 차로에 정차 표시해

30여분간 전부 주행차로에 멈춰

오토바이 등 진입 위험사고 우려

전문가 “도로 사정 맞게 조정을”

시 “정류장 파악해 개선할 것”

4월 16일 ‘국민 안전의 날’을 맞아 4월 한 달간 생활 속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을 지적하고 전문가와 함께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첫 번째 순서로 잘못 설치돼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버스베이(Bus bay)와 버스정차구역을 살펴본다.

13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의 버스베이가 설치된 한 시내버스 정류장. 버스가 주행차로에 표시된 버스전용 구역으로 정차하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13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의 버스베이가 설치된 한 시내버스 정류장. 버스가 주행차로에 표시된 버스전용 구역으로 정차하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버스베이 두고도 주행차로에 정차구역 설치= 13일 오전 10시 창원시 의창구 윤병원 버스 정류장. 이곳 정류장은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보다 안전하게 승객들이 승하차할 수 있는 ‘버스베이’ 형식으로 조성돼 있다.

버스베이는 주행차로와 정류장 사이에 1차선 정도 차도를 넓혀 버스 승하차 공간을 둔 교통시설이다.

안전하게만 보이는 이곳 정류장은 자세히 살펴보면 한 가지 오류를 가지고 있다. 버스베이 자체가 정차를 위한 공간임에도, 버스정차구역은 모두 베이 밖 주행차로에 표시돼 있다.

실제로 이날 30여 분간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들을 살펴보니, 모두 버스베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주행차로 위 버스정차구역에 정차했다. 버스에 타려는 승객과 내리는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버스베이 위를 걸어야만 했고, 주행차로에 멈춰선 버스 뒤로 주행하던 오토바이가 버스베이 안으로 진입하는 등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이날 창원 109번 버스 노선 138개 정류장을 모두 살펴보니 69곳에 버스베이가 조성돼 있었다. 이들 중 창원 서상동 윤병원 정류장과 같이 주행차로에 버스정차구역이 표시된 곳은 △의창동 환승센터 △태광주유소 △신세계백화점 △자유무역지역 정문 등 총 5곳이었다.

시민 박모(45·여)씨는 “정류장 가까이 정차하지 않는 버스를 보면 시민 안전보다 빨리 종점에 도착하는 것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며 “항상 주변을 살피면서 최대한 빠르게 인도로 향한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버스기사들은 정차구역이 있으니 정차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버스기사 A씨는 “회사가 버스베이 안에 정차하라고 주기적으로 말하지만 (이곳은) 정차구역이 그어져 있으니 구역에 멈춰 선 것”이라며 “애초에 버스기사들을 헷갈리게 만들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버스베이 안에 정차구역이 표시된 다른 정류장에는 다수 버스기사들이 버스베이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사고율 높이는 구조…인식 개선 절실”= 전문가들은 버스베이 앞 주행차로에 정차구역이 설치된 것은 오히려 안전사고 발생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윤병원 정류장 현장을 살펴본 이진규 경남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대표는 “버스베이가 있다면 베이 안에 정차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시선에서 보면 이곳 정차구역 위치는 명백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주행차선 위 정차구역에 버스가 멈추면 뒤따르던 오토바이, 자전거, 차량 등이 버스베이 공간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는 버스베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통시설을 현장 환경에 맞춰 조성하고 차량 운전자·버스기사·승차 시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스베이는 해외 우수사례를 들여온 것인데 우리나라는 도로 여건상 충분한 길이의 버스베이를 조성하기 힘들다”며 “도로 여건에 따라 버스베이를 없애고 주행차선에 정차하는 방식이 보행자 안전을 위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충분한 인식 개선이 있으면 예방 가능하다”라며 “차량 운전자들이 버스정류장 주변은 주정차 금지 구역임을 인식하고, 버스기사들은 교통 편의와 안전을 위해 버스베이를 반드시 이용하고, 시민들도 승차를 위해 도로 위로 나오지 않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버스베이 밖 정차구역 설치 등에 대해 개선 필요성이 있는 정류장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창원시 신교통추진단 관계자는 “의창동환승센터~윤병원~태광주유소 일대 도로는 출퇴근길 시간대에 버스 전용도로로 운영되고 있어 주행차로에 버스정차구역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말 S-BRT(간선급행버스체계) 착공에 들어서면 보행자에 보다 안전한 교통환경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관내 버스베이와 버스정차구역에 대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용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