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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생활 속 안전사고 위험지역 현장을 가다 (2) 잠긴 공동주택 옥상문

언제나 닫혀 있는 옥상, 불나면 어디로 대피하나요

기사입력 : 2022-04-24 21:18:29

고층건물 옥상문, 잠가야 할까 열어야 할까. ‘생활 속 안전사고 위험지역 현장을 가다’ 두 번째 순서로 잠겨 있는 공동주택 옥상문에 대해 살펴본다.


창원 공동주택 10곳 중 4곳 폐쇄

방범 등 이유로 잠그는 경우 많아

◇현장은 폐쇄, 법에는 개방= 22일 오전 10시 창원시 의창구의 한 12층짜리 공동주택 옥상층. 밝게 빛나는 비상문 표시등 아래 옥상으로 향하는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만약 이곳에 화재가 발생해 현관으로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옥상으로 향한다면, 단지 옥상문이 닫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끔찍한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창원시 의창구의 한 굳게 잠긴 공동주택 옥상문에 ‘화재나 긴급재난이 발생할 경우 열쇠함 내 열쇠를 꺼내 방화문을 열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옆에 열쇠함에는 열쇠가 없다.
창원시 의창구의 한 굳게 잠긴 공동주택 옥상문에 ‘화재나 긴급재난이 발생할 경우 열쇠함 내 열쇠를 꺼내 방화문을 열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옆에 열쇠함에는 열쇠가 없다.

이 일대 준공된 지 10년 이상 된 공동주택 10곳을 살펴봤다. 6곳은 옥상문이 열려 있었고 4곳은 잠겨 있었다. 잠긴 4곳 중에서도 1곳은 문 옆에 옥상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존재한 반면, 다른 1곳은 열쇠함이 있음에도 안에 열쇠가 없었고 나머지 2곳은 특별한 표시도 없이 잠겨 있었다. 옥상문을 폐쇄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건축법 시행령,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5층 이상의 건물은 화재 등에 대비해 옥상 출입문을 설치해야 하며 폐쇄·훼손하거나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인명피해도 매년 이어지고 있다. 연도별 전국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공동주택에서 옥상문 등 출구 잠김으로 인한 사상자는 △2016년 26명(사망자 8명) △2017년 31명(〃 9명) △2018년 32명(〃 12명) △2019년 41명(〃 16명) △2020년 32명(〃 9명) 등이다.

옥상문을 상시 개방해 화재 대피 상황에서의 안전사고 발생을 막아야 할 의무는 공동주택 관리인에게 있지만, 방범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옥상문은 폐쇄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관리 사각지대인 개방된 공동주택 옥상은 옛날부터 청소년 비행 장소가 되거나 물건 투척·투신 사고가 이어져 왔다.

한 관리인은 “옥상문을 열어 두면 술에 취한 사람들이 올라왔다가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지 않냐”며 “경찰도 그렇고 주민들 의견이 있어 평소에는 잠가두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개폐장치 설치 범위 확대

공동 도어락 등 해결방안 찾아야

◇자동개폐장치 의무 범위 확대 필요= 범죄 예방과 화재 대응 사이 옥상문 개폐 문제에 대한 해답은 꽤나 명료하다. 평상시엔 잠그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만 개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2016년 2월 이후 건설된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동개폐장치도 대안 중 하나다. 자동개폐장치란 평상시 잠금 상태를 유지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시설과 연동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소방안전시스템이다.

하지만, 2016년 이전에 건설된 공동주택에는 자동개폐장치 설치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아파트에서 자동개폐장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도 모두 2016년 이전에 건설됐기 때문이다. 일선 소방서와 지자체는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권고하지만 소방 설비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자동개폐장치 의무 설치 범위를 확대하거나 방범 문제를 최소화한 후 옥상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정래 의창소방서 안전예방과 건축담당자는 “과거부터 옥상문 개방에 대한 계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개선까지는 확실히 어려움이 있다”며 “6층 이상 건물의 화재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자동개폐장치 의무 설치 기준을 층수에 맞춘다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공학전공 교수는 “옥상문은 반드시 개방돼야 하지만 자동개폐장치 설치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며 “아파트 단지 입구에 공동 도어락을 설치하는 등 방법으로 외부인 출입을 줄인 후 상시 개방해두는 방안이 현실적이다”고 전했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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