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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범죄와의 전쟁 ② 보이스피싱- 경남 피해 실태

진화하는 피싱 사기… 경남서 지난해에만 220억 낚였다

2017년 37억원서 작년 6배 급증

기사입력 : 2022-04-26 21:54:19

보이스피싱 범죄가 해마다 진화하며 경남 서민들의 통장에서 빼내가는 액수만 수백억대에 이르고 있다. 2017년 37억원이었던 도내 피해액은 지난해 220억원으로 5년 새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이스피싱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06년. ‘요즘 보이스피싱에 누가 당하나’ 싶지만, 오히려 진화를 거듭하며 범죄 피해액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도내 피해액은 2017년 37억원, 2018년 61억원, 2019년 207억원 등 증가세를 보여왔다.

최근 3년간 도내 보이스피싱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1425건에서 2020년 1205건, 2021년 1056건으로 건수는 줄었지만, 피해액은 2019년 207억원, 2020년 212억원, 2021년 220억원 등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올해 2월까지 136건이 발생해 22억원의 피해가 있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픽사베이/

범죄 피해가 커진 것은 ‘수사기관 사칭형’에서 ‘대출 사기형’으로 주된 범죄 유형이 바뀌었고, 돈을 가로채는 방식도 ‘계좌이체형’에서 ‘대면 편취형’으로 바뀌면서 더 큰 금액을 가로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 추이를 살펴보면, ‘대면 편취형’이 2019년 상반기 1% 수준에서 2020년 상반기 30%를 넘어서는 등 본격화됐다. 이때 ‘기관 사칭형’이 10%, 나머지 90%가 ‘대출 사기형’으로 추세가 변했다. 2020년 1205건 중 대출 빙자 1066건(88.4%), 기관 사칭 139건(11.6%)이었으며, 2021년 1056건 중 대출 빙자 918건(86.9%), 기관 사칭 138건(13.1%)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 편취형’ 발생 건수는 2019년 64건에서 2020년 606건, 2021년 791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고연령층만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경남경찰청과 함께 지난해 피해자 1056명의 연령대를 분석해본 결과, 특히 40~50대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지만, 그 외 모든 연령대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나왔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1056명 중 남성은 569명으로 여성(487명)보다 피해자가 더 많았다. 성별 관계없이 20대 이하가 144명, 30대 100명, 40대 290명, 50대가 382명, 60대가 117명, 70대 이상이 23명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여성 피해자는 40대 141명, 50대 145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남성의 경우 40대 149명에서 50대 237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40~50대, 그중에서도 대출 등 경제활동이 활발한 50대 남성의 피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경남경찰청이 2019~2021년 3년간 검거한 보이스피싱범은 5656명(293명 구속)에 이른다. 올해 2월까지 보이스피싱으로 검거한 인원은 160명(14명 구속)이다.

도내 검거 사례를 보면 지난 2월 11일 오후 1시께 사천시 한 교회 길거리에서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을 진행하기 위해 직원을 보내면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하라”는 말에 속은 피해자에게 자신이 은행 직원이라고 속여 2000만원을 가로채는 등 8명에게 3억원 상당을 가로챈 20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검거됐다.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사례와 같이 현금 인출책 등 말단 가담자가 주로 검거되고 있고, 주범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 숨어 있어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나 콜센터를 관리하는 중간책 등 ‘상선’을 잡아들이기 위해 수사 역량 강화와 활발한 국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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