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획] 범죄와의 전쟁 ⑤ 마약- 중독자 인터뷰

“놀이처럼 시작한 마약… 인생 망치고 겨우 벗어나”

기사입력 : 2022-05-17 21:30:41

애인·친구 권유로 호기심에 접해

SNS 등 구하기 쉬워 20~30대 늘어

중독될수록 우울증·대인기피 생겨


“약 끊으려는 의지 가진 사람 다수

중독자 포용할 수 있는 병원 부족

용기 갖고 당당하게 도움 받아야”


“마약에 대한 호기심이 당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몰고 갈 겁니다. 죽을 때까지 갑니다.”

마약 중독자였던 30대 A씨는 마약의 위험성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가 마약에 손을 댄 것은 “이거 한 번이면(필로폰) 기분이 좋아진다”는 애인의 권유로 시작됐다. 지난 2019년 해외에서 일하던 중 처음으로 마약을 접하게 됐고, 귀국한 뒤로 계속 마약 생각이 났다고 한다.

국내에서 마약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과 달리 SNS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마약은 점차 A씨를 고통에 빠져들게 했다.


“마약을 시작한 후 우울증이 오면서 삶의 의욕이 사라졌고 지인들도 만나기 꺼려졌죠.”

A씨는 “12번 넘게 약을 끊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13번째에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끊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A씨는 최근 20~30대 마약 중독자가 많아졌다며 걱정했다. 그는 “약을 구하기도 쉽고, 위험성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니 많은 사람이 마약을 하나의 놀이, 호기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마약의 고통은 죽어야 사라진다. 이 고통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중독자들이 재활센터에 도움을 청하길 바란다고 적극적으로 권했다.

A씨는 “도움을 꺼리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용기를 갖고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약을 끊으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런 사람들을 포용해 줄 수 있는 병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도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년 동안 마약 중독자로 허송세월한 뒤 지금은 중독재활복지사가 된 한부식(56)씨도 마약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의 팔에는 아직 필로폰 주사 자국들이 남아 있다. 한씨는 “부산 서면 유흥가 근처에서 살아서 그런지 주변 친구들이 약을 많이 했다. 저도 고2 때 친구 권유로 처음 시작했다”며 “그때부터 20년 가까이 마약을 했고 두 번 교도소를 다녀왔다. 그 사이 가족을 잃고 크게 하던 사업도 망해 빈털터리가 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군대와 교도소에서 잠시나마 마약을 끊은 적이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1년에 마약을 사는 데만 9000여만원 넘게 사용한 적도 있었다. 인생을 포기할 정도로 마약을 즐겼던 한씨는 2007년에 교도소에 재수감되면서부터 마약을 끊었다. 그는 “마약을 한 지 20년 만에 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웬 60대 노인이 있었다”라며 “출소 후 지인의 추천으로 마약 환자를 치료해주는 병원에 1년 동안 입원해 재활 치료받았다. 수십 번이나 도망갈까 고민했지만 참았다”고 말했다.

퇴원 후 그는 자신처럼 마약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중독재활복지사로 변신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는 2020년부터 김해에서 중독자 재활센터인 리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마약을 하게 되면 100% 우울증이 옵니다. 끊는 순간 삶의 낙이 없어지고 불안하고 초조해지죠. 무조건 가족, 친구, 돈 모든 걸 다 잃습니다. 저는 약을 끊은 지 14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매일 꾹 참고 살아요. 그 정도로 무서운 겁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박준혁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