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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MZ세대 취향저격한 ‘할매니얼 푸드’

할 맛 나서 꿀맛

기사입력 : 2022-05-19 20:52:45

누구에게나 ‘소울푸드’는 있다.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때론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또 때론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라따뚜이’에서 영화 내내 차갑고 냉철하던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가 라따뚜이 한 입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린 날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는 장면이 개연성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유통계의 핫 키워드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이다. 할매니얼은 할머니 세대의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TV, 영화, 광고 등 매체에서 시작된 할매니얼 인기는 먹거리까지 파고들었다. 레트로 열풍과 건강을 생각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어우러지면서 자극적인 맛 대신 전통음식을 즐기는 MZ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 떡공방화병 에서 만든 양갱. MZ세대의 취향에 맞게 아기자기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창원 ‘떡공방 화병’ 제공 사진/

◇‘할매입맛’ 취향저격=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떡, 강정, 약과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할매입맛’ 태그한 게시물이 4만2000개가 넘는다. 할머니·할아버지가 즐기던 ‘힙한 간식’으로 자리잡았다. 흑임자, 인절미, 쑥을 재료로 삼은 간식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유명 약과 전문점은 주문이 몰려 ‘약케팅(약과+티켓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1~10위 중 9개가 전통 간식으로, 상위 9개 제품 판매량이 250만개가 넘는다. 70만개 이상 판매된 1위 제품은 ‘달고나’로 설탕을 불에 녹이고 식소다를 첨가해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달고나 열풍이 불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덕을 봤다. 2위 ‘발효 보리건빵’은 50만개 이상 판매됐고, 3위 ‘달콤바삭 누룽지과자’도 3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홈플러스가 3월 말부터 판매 중인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 역시 판매 2주 만에 누적 판매량이 2만병을 넘기며, 홈플러스 막걸리 중 매출·판매량 모두 1위에 올랐다. 스타벅스는 올해 첫 신메뉴로 흑임자 크림 케이크를 출시했는데 보름 만에 13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SPC그룹 던킨은 지난해 흑임자 꽈배기, 제주말차 크림필드, 앙버터 듀얼필드, 인절미 츄이 먼치킨, 올리브 호밀 꽈배기 등 다양한 할매니얼 메뉴 라인업을 구성해 선보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가에서도 ‘할매니얼’ 입맛을 사로 잡기 위한 맞춤 상품을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며 “MZ세대에겐 이색적인 재미를, 중장년층에겐 추억을 되살려 할매니얼 푸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할머니 입맛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복고·건강 생각하는 이들 많아지면서
자극적인 맛 대신 전통음식 즐겨

유통가, 떡·꽈배기·흑임자 등 활용
‘할매니얼 메뉴’ 다양하게 내놔
MZ세대에겐 이색적인 재미 주고
중장년층엔 추억 되살려줘 인기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 떡공방화병 에서 만든 양갱. MZ세대의 취향에 맞게 아기자기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창원 ‘떡공방 화병’ 제공 사진/

◇오감이 즐거운 한국식 디저트 인기=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에 자리한 ‘떡공방 화병’에 들어서면 ‘떡’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심플한 분위기의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떡, 강정, 오란다, 약과, 화과자 등을 만들고 클래스를 여는 곳이다. 4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땐 거의 없던 한국식 디저트 공방이 최근 들어 지역에도 꽤나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에 자리한 ‘떡공방 화병’에서 강정을 만들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에 자리한 ‘떡공방 화병’에서 강정을 만들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에 자리한 '떡공방 화병'에서 만든 강정./성승건 기자/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에 자리한 '떡공방 화병'에서 만든 강정./성승건 기자/

공방을 운영하는 김경화 대표는 최근 들어 할머니 취향의 구수하고 건강한 맛을 내는 전통 식품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 할매니얼 푸드의 인기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MZ세대들은 예쁜 걸 좋아하잖아요. 예전과 달리 예쁜 모양으로 만들고 포장까지 정성스럽게 한 데다 맛있고 건강에도 좋아 인기가 높아진 것 같아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편이죠”라고 말했다.

명절 때 먹던 강정도 이곳에선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은 패셔니스타로 변신한다. 과일칩을 넣어 만드는 강정도 인기지만 최근엔 구운쌀에 천연가루와 각종 토핑으로 맛과 색을 내서 동글동글하게 만든 구슬 쌀강정이 대세다. 치자, 청치자, 딸기, 흑임자 등을 활용해 9가지 맛을 낸다. 보관이 용이해 판매나 선물용으로도 좋다. 주문하거나 수업을 듣는 이들은 주로 20~40대 여성이 대다수다. 주 원료가 쌀인 데다 버터나 기름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건강한 간식을 찾는 엄마들의 주문도 많다.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에 자리한 '떡공방 화병'에서 만든 약과와 강정./성승건 기자/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에 자리한 '떡공방 화병'에서 만든 약과와 강정./성승건 기자/

미리 예약 땐 재미삼아 손쉽게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창업반도 있는데, 경력단절 여성이나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떡집 사장님들이 수강한다. “떡이 시장에서 워낙 저렴한 주전부리로 인식되다 보니 간혹 가격이 비싸다는 고객도 있어요. 그런데 천연 재료들을 많이 이용하고 수작업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디저트보다 경쟁력이 있는 편이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MZ세대에게 인기몰이 중인 할매니얼 푸드가 만들기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촌스럽지 않고 힙한 감성을 지녔다고 자부한다. 인기 메뉴를 묻자 손가락 열 개가 부족할 만큼 많은 간식의 이름을 나열했다. 찹쌀로 만든 모나카 깍지에 견과류를 다양하게 넣어만든 모나카견과칩은 고급스러운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식감이 매력적인 오란다와 양갱, 도라지 정과, 쌀전병, 쌀르뱅쿠키 등 다양하고 색다른 디저트들을 즐길 수 있다. 50~60대 이상이 즐기는 간식으로 통하는 양갱을 전문으로 하는 디저트 카페가 등장하고, 백화점과 편의점에선 트렌디한 떡집 모시기에 나섰다. 최근 트렌드인 ‘눈과 귀가 즐거운 디저트’로 각광받기 충분하다.

김 대표는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 대한 열망, 단순 취향의 변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따뜻한 음식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음식들이 일상에 지친 젊은 세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정민주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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