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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르거나 너무 깊거나… 고리도롱뇽 살기 힘든 임시서식지

양산 사송지구 10여곳 살펴보니

기사입력 : 2022-05-22 21:42:18

임시서식지 물웅덩이 환경 제각각

작년 대비 유생·알 10%도 안돼

환경단체 “새 서식지 만들어야”

LH “잘 성장 중… 기능 문제없어”


“고리도롱뇽은 끝내 임시서식지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지난 19일 오전 10시 양산 사송지구 2공구의 고리도롱뇽 임시서식지 4구역.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와 사공혜선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임시서식지로 조성된 물웅덩이를 들여다보며 읊조렸다.

지난 19일 찾은 양산 사송공공주택지구 인근 고리도롱뇽 서식지는 아예 물이 말라버린 곳과 수심이 깊은 곳 등 제각각의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19일 찾은 양산 사송공공주택지구 인근 고리도롱뇽 서식지는 아예 물이 말라버린 곳과 수심이 깊은 곳 등 제각각의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흙탕물에 가까운 탁한 웅덩이 바닥에는 새끼손가락의 반도 되지 않는 크기의 고리도롱뇽 유생 한 마리가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홍 교수는 “도롱뇽은 은폐하는 습성이 있어 눈에 보이는 한 마리가 전부는 아니다”라면서도 “작년 번식기에 구조했던 도롱뇽 유생, 알과 비교했을 때 올해는 그 개체수가 10%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들과 임시서식지 10여 곳을 살펴본 결과, 물이 유입되지 않아 메말라버린 곳과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심이 깊은 곳이 있는 등 환경이 제각각이었다. 몇몇 서식지는 웅덩이의 경사가 가파르거나 커다란 바위로 막혀 있었다. 최근 도롱뇽 사체가 발견됐던 측구(수로) 부근에는 모래주머니가 쌓여 물길을 막고 있었다.

사공 사무국장은 “고리도롱뇽은 미꾸라지 등 천적을 피하기 위해 깊은 물웅덩이를 산란 장소로 선택하지 않는다”며 “현재 임시서식지는 물이 아예 없거나 혹은 너무 깊어 고리도롱뇽이 머물지 않고 근처 집수정이나 측구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식지는 경사가 가팔라서 도롱뇽들이 성체가 되어도 다시 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구조”라며 “측구에 모래주머니나 장애물이 있으면 측구를 따라 내려가다 그곳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다 결국 폐사한다”고 말했다.

환경연합과 사송 고리도롱뇽 대책위원회 등은 고리도롱뇽이 산란을 시작하는 지난 3월부터 집수정과 측구 등 현장을 찾아다니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단체는 도롱뇽 성체와 유생 약 5~600개체, 알집 400개 이상을 발견해 임시서식지와 인근 계곡 등에 방생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구조한 고리도롱뇽은 임시서식지를 선택하지 않고 계속 물 따라 하류로 내려갔거나 혹은 임시서식지에 설치된 배수로에 빨려 들어가 길을 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배수로가 연결된 서식지의 경우 배수로와 웅덩이를 막는 판이 부실하거나 높이가 낮았다. 홍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부터 배수로 윗면에 배수구를 설치하는 오버플로(overflow) 방식의 설계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임시서식지를 사송지구 위쪽 부근에 다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공 사무국장은 “고리도롱뇽이 선택하지 않은 임시서식지를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결국 갈수록 개체군이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 산란기 전까지는 임시서식지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LH와 임시서식지를 조성한 용역 업체는 임시서식지가 고리도롱뇽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고 현재 유생이 임시서식지에서 잘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역 업체 관계자는 “모니터링 결과 임시서식지 70%에 물이 찼고 물이 찬 모든 곳에서 유생이 발견됐다. 유생이 무난히 성장하고 있고 5~6월 사이 비가 온다면 산으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산란된 개체가 줄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전에 도롱뇽이 얼마나 있었는지 등의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물기가 있는 곳을 따라 내려가는 것은 양서류 습성이기 때문에 도롱뇽이 집수정이나 측구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개체 보존을 위해 꾸준히 연구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멸종위기종인 고리도롱뇽은 지난해 이곳 사송지구 공사 현장 맨홀과 지하 암거에서 발견됐다. 이후 고리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해 올 1월에 1공구, 2공구 공사 현장에 31개의 임시서식지가 조성됐고 산란기에 맞춰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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