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린포럼] 김해예술인 지원 ‘불가사리’프로젝트- 손경년(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기사입력 : 2022-05-30 20:13:54

올 초, 김해문화재단에서 김해예술인지원을 위한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철을 먹는 불가사리’라는 설화를 인용, ‘철을 먹는 김해 예술인’이 무한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사업명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횟수 감소, 관람객 좌석 수 제한,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열려있던 문이 하나 둘 잠기게 됨에 따라 김해문화의전당은 거대한 빈터가 됐다.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영역의 삶이 위축됐고, 김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와중에 ‘김해 예술인들에게 너무나 높은 문화전당의 문턱’이라는 말도 떠돌았다. 재단 직원들은 깊은 고민과 함께 문화재단 설립 목적을 상기하면서 “그동안 한정된 예산과 기존 지원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 우리가 발상을 바꾸면 김해 예술인들 모두 매년 재단의 공간, 무대를 사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도전적인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주어진 예산 속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지원을 결정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수월성을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체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김해의 조건에 맞는, 김해에 적합한 지원 체계를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 본질이었다.

우선 우리는 ‘예술인 활동 증명’이 가능한 김해 예술인 수를 조사해보았다. 다음으로 문화재단의 예술인 지원방식에 대한 예술인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는 자리, 즉 ‘듣는 자리 포럼’을 개최했다. 토론 과정에서 우리는 ‘관리자 중심의 공간 운영을 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단발성 지원으로 예술인의 경쟁만 유발한 것은 아니었던가, 공모와 외부 전문가 심사에 의존하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착시를 겪은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질문의 끝에 도달한 결론은 기존의 지원 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듣는 자리 포럼’에서 김해 예술인들은 예술인의 삶과 성장이 뒤따르는 지원이어야 하며, 지원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험과 축적으로 예술인의 창의성이 만개할 때 비로소 건강한 예술 생태계 조성되고, 이를 통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는 완전한 기획은 아니었지만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예술인의 제안을 중심으로 사업의 얼개를 짰고, 사업 진행 속에서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서 문화재단이 혼자 끙끙거리는 것이 아닌, 김해 예술인과 함께 의논하면서 해결점을 찾자고 했다.

기존의 공모방식으로부터 전환하기 위해 우리는 외부 전문가 심의 대신, 몇 가지 기준을 준수한 신청단체를 순서대로 선정, 지원하기로 했다. 접수가 가능한 신청 기준은 김해 거주 예술인, 1~3월의 사업수행 기간, 신청서에 단체나 개인의 사회적 기여(예컨대 탄소 중립, 지속가능발전 등)에 대한 목표 제시, ‘예술인 권리 보장, 공정 보상 등의 가치’에 참여,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안전교육 이수, 성인지 감수성 교육 이수’ 등이었다. 전년도 예산에서 지역예술가 지원 예산을 재정비, ‘총액 소진제’를 도입했고, 지원금액을 재단이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규모에 따라 예술인이 예산액을 짜도록 했다. 지원 신청서 최종 작성은 예산 적정성 여부를 객관적 기준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재단 직원과 협의해 찾아가도록 했다. 그 결과 43개의 사업이 선정됐다. 사업이 거의 종료된 지금, 우리는 김해 예술인의 열정과 역량을 확인했고, 동시에 김해 예술인들은 재단의 조건과 상황, 직원들의 전문성을 이해해 주었다.

김해 예술인들의 지원시스템이 ‘불가사리’ 프로젝트라면, 시민들에게 최상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거북이’ 프로젝트를 하반기에 시작할 예정이다. 또 김해 예술인이 다른 지역으로 훨훨 날아다니면서 교류할 수 있는 ‘봉황’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수천 가지 방법 속에서 김해다운 ‘어불려 맹구르는 질펀한 판’을 당대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애쓰겠다는 다짐을 계속하고 있다.

손경년(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