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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공동체 힘으로 진화된 밀양 산불-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

기사입력 : 2022-06-12 20:54:16

지난달 31일 밀양시에서 발생한 초대형산불이 6일간의 진화작업 끝에 지난 5일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진화되며 잘 마무리됐다.

산림 약 763㏊의 면적을 태운 이번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공무원, 산불진화대, 소방, 군, 경찰 등 연일 2000여명의 진화인력이 투입됐다. 또 1일 투입으로는 역대 최대인 헬기 57대와 소방차, 산불전문진화차, 물차 등 하루 200여 대의 진화장비가 동원됐다. 산불 발생 규모에 비해 단 한 건의 인명과 민가 등의 피해가 없었던 것은 민·관·군 등의 협력과 공조가 전략적으로 이뤄진 결과다. 산불이 발생한 곳은 주변이 생활권 지역으로 민가, 요양병원, 구치소 등이 인접해 있어 산불 발생 초기에 대규모 인명과 재산피해가 우려됐다.

하지만 소방과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입체적인 공조와 선제대응 및 지역주민, 병원, 교정당국의 적극적인 대피와 이동 작전으로 총 950여명을 대피시켰으며, 필사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주불 진화 이후에는 공무원과 전문진화대 등의 진화인력 외에도 지역 기관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잔불진화에 참여했다. 또 전국에서 밀양으로 달려온 진화인력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애쓰는 동안 현장에는 산불 발생 직후부터 기업·기관단체·개인 등 각계각층에서 각종 지원과 기부가 이어졌다. 산불이 발생했던 부북면의 한 교회에서는 진화기간 내내 산불현장지휘본부 운영을 위한 교회 공간과 시설물을 제공했으며, 다양한 기업과 지역 기관단체, 소상공인들과 시민들의 지원과 성금 기부가 쏟아져 모두가 한마음으로 산불진화에 동참했다. 여러 봉사단체와 기관단체, 지역 맘카페 회원들은 현장에서 진화인력을 위한 식사와 간식 제공 봉사에 나서는 등 지역공동체 전체가 똘똘 뭉쳐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난상황을 이겨냈다.

이번 밀양산불은 진화활동 및 인력과 장비 동원, 방어선 구축, 주민 대피, 지역안정 및 통제, 후방 지원 등에 있어 관계기관과의 협조 및 공조체계가 가장 잘 가동된 사례이자 민·관·군 협력의 수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이번 산불 진화과정을 통해 밀양의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피해산림 복구와 함께 앞으로의 산불예방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때다. 한 번 타버린 산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 수십 년 이상 걸린다.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산불 발생이 예년과 달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산불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연중 산불예방을 위한 새로운 산불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산림당국과 시에서 아무리 예방활동을 한다고 해도 주민들의 관심과 경각심 없이는 산불을 막을 수 없다. 산불이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재난임을 기억하고 산불예방에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함께해야 한다.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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