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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겡남말 소꾸리] (207) 모싱기, 모자리, 숭구다, 지루다

기사입력 : 2022-06-17 07:58:33

△서울 : 극심한 봄가뭄으로 물이 없어 논에 모내기를 못하는 걸 보면서 과학이 발달한 요즘도 사람은 자연에 의존해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경남 : 인공강우라 캐가 사램이 비로 맹근다 카더라만서도 때맞차 하늘에서 비가 내리야 농사로 짓는다 아이가. 여어저어서 모싱기 몬 해가 애로 마이 무웄지. ‘모싱기’는 모내기 말하는 기다. 모싱기로 ‘모꽂기’, ‘모숭기’라꼬도 칸다. 오분 달 초에 산청 갔더마는 우떤 논은 풀이 말라가 누렇더라꼬. 그라고 니 ‘모자리’라꼬 들어봤나?


△서울 : 모자리는 처음 듣는 말인데 무슨 뜻이야?

▲경남 : 모자리는 ‘못자리’의 겡남말이다. ‘올개는 모로 쪼매이 작기 숭굴 참이라서 모자리도 두 고랑 작기 맹글아야 것다’ 이래 카지. 그라고 ‘모판’이라꼬도 마이 카고, ‘모자리판, 모자리깡, 모구자리, 모구지, 모따리, 모오지, 모우지’라꼬도 칸다.

△서울 : 볍씨를 뿌려 모를 기르는 곳이 못자리잖아. 못자리 뜻의 경남말이 볍씨만큼 많네.ㅎㅎ 그런데 ‘숭굴’이 무슨 말이야?

▲경남 : ‘숭구다’로 안 갤마줬던가베. ‘숭구다’는 심다 뜻이다. ‘숭가다, 숭그다, 시무다, 숨다’라꼬도 카지. 모도 숭구고 , 꼬치모종도 숭그고. 니 ‘꼬치’가 고추라는 거는 알제?

△서울 : 그럼, 꼬치는 알지. 네가 전에 고추장을 말하는 ‘꼬오장’과 ‘꼬치장’도 가르쳐줬잖아.

▲경남 : 그라고 보이 니가 앞에 말한 ‘기르다’로 겡남에서는 ‘지루다’라 칸다. ‘지라다’, ‘기루다’, ‘기라다’라꼬도 카고. 콩지름 지루고, 꽅 지라고, 쌔미도 기루는 기라. 그라고 돈을 불리는 거도 ‘지루다’, ‘기루다’라 칸다.

△서울 : 콩나물을 말하는 콩지름과 수염 뜻의 쌔미란 말 오랜만에 들어보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가뭄과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것 같아. 최근에도 가뭄이 심한 상황에서 밀양서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잖아. 기상이변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 환경을 보호해야지.

허철호 기자

도움말=김정대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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