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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재도전- 김정민(경제부 차장)

기사입력 : 2022-06-19 20:29:53

중국 명나라 말기 문인인 홍자성의 어록을 담은 채근담(菜根譚)은 동양의 탈무드로 불린다. 전편에는 사람들과의 교류·마음가짐·인생의 처세를, 후편에는 자연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전편 10장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은혜 받는 가운데 재앙이 싹트게 되니, 뜻한 바를 얻었을 때 일찌감치 머리를 돌려야 하며, 실패한 뒤에 오히려 공을 이룰 수 있으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바로 손을 놓아버려서는 안 되리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10장 뒷 구절은 실패를 거울 삼아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1일 재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21일 첫 번째 발사 당시 누리호는 1·2단 분리와 페어링 분리 등에 성공하며 3단부가 목표 고도인 700㎞까지 진입했지만, 3단에 장작된 7t급 액체엔진 연소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되는 바람에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데 실패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차 실패 경험을 토대로 3단 로켓엔진을 중점적으로 개선했다. 비행 중 진동과 부력으로 3단 산화제탱크 안에 있는 헬륨탱크가 떨어져 나간 점을 감안해 이탈 방지를 위해 헬륨탱크 하부고정장치를 보강하고, 산화제탱크 맨홀덮개의 두께를 더 두텁게 조치했다. 위성모사체를 실었던 1차 때와 다르게 2차 발사 때는 성능검증위성과 큐브위성 등 총 5기의 실제 위성도 탑재된다.

▼우리나라는 2013년 1월 3차 시도 끝에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1단 로켓 제작에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었다.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는 국내 연구진과 300개 기업이 합작한 순수 국산 로켓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현대로템 등 도내 11개 기업들의 기술력도 녹아 들어있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독자 기술로 1t급 이상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우주 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된다.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성공을 기원한다.

김정민(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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