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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전쟁의 아픔 되풀이되지 않기를”

6·25 때 육군병원으로 쓰인 통도사

국가현충시설 지정 기념 위령재

기사입력 : 2022-06-20 08:04:49

6·25전쟁 때 육군병원이 있었던 영축총림 통도사가 국가현충시설 지정을 기념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을 천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위령재를 봉행했다. 지난 18일 오전 대웅전 앞 야외에서 열린 위령재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 현문 통도사 주지 스님, 국방부와 보훈처 관계자, 신도 등 1000여명이 함께했다. 특히 통도사는 이날 1950년 영천 전투에 참전했다 다친 후 통도사 육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듬해 숨진 박모 소위 유족 등도 초청했다.

위령재에서 성파스님과 현문스님이 향과 차를 올렸고, 참석자들은 꽃을 바쳤다. 이어 추모사, 성파스님의 법어와 함께 군악대 추모가, 살풀이 등으로 호국영령을 위로했다. 현문 스님은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용사와 유족을 위로하고 이 땅에 전쟁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국군은 6·25 전쟁 기간 중 부산 동래에 있는 제31 육군병원 분원을 통도사에 설치했다. 많은 부상군인이 통도사에 머물면서 치료를 받았다. 전쟁이 끝난 후 통도사가 육군병원으로 이용됐다는 것은 그동안 잊혀졌다.

통도사는 2019년 경내 용화전 미륵불 복장물(불상을 봉안할 때 가슴 안쪽에 넣는 물건)을 조사하다 6·25 때 통도사가 육군병원으로 쓰였다는 내용을 알게 됐다. 당시 복장물에서 나온 연기문은 “1950년 6월 25일 사변 후 국군 상이병(傷痍兵) 3000여명이 입사(入寺)해 1952년 4월 12일 퇴거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다 보물로 지정돼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대광명전(大光明殿)에 당시 입원 군인들이 쓴 필적이 발견됐다.

통도사는 연기문과 대광명전 필적 등을 근거로 2020년 1월 통도사 육군병원 존재를 밝혀 달라며 국방부, 육군본부, 국군의무사령부에 공문을 발송했다. 통도사는 같은 해 3월 당시 치료 받은 상이군인, 유가족 증언까지 확보한 자료집까지 발간했다. 국방부는 군사편찬연구소를 통해 통도사가 ‘31 육군병원 분원’으로 사용됐음을 확인하고 이듬해 정식으로 통도사에 이 내용을 통보했다. 보훈처는 지난해 11월 통도사를 현충시설물로 지정했다.

김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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