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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무수혈 수술에 관하여

원호연 (창원제일종합병원 정형외과 1과 진료원장)

기사입력 : 2022-06-20 08:04:32
원호연 창원제일종합병원 정형외과 1과 진료원장

최근 인터넷과 매스미디어 등을 통해 수혈 부작용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접하며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수혈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무수혈을 원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수혈은 외상이나 질병의 진행 과정 또는 수술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정상적으로 혈액 또는 혈액 성분의 일부를 만들어 내지 못할 때 필요하다. 최근 수혈은 헌혈한 혈액 그대로인 전혈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혈액의 특정 성분인 적혈구, 혈소판, 혈장 등을 수혈한다. 그 외에 알부민이라 불리는 단백질과 응고 인자 등의 다양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보조적인 약제들을 목적에 맞게 투여한다.

생명 유지와 혈액 소실에 따른 부작용과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을 돕기 위한 수혈이지만, 부작용은 흔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나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부작용 발생은 수혈 중, 또는 수혈 직후 1~2주의 단기간에 일어나는 급성 증상과 수혈 후 수일, 수주부터 수개월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 한 뒤부터 발생하는 지연성으로 발생한다. 대표적인 급성 반응으로는 알레르기 반응, 비용혈성 발열성 반응이 있다. 지연성에는 동종면역 항체에 의한 혈소판 수혈 불응 상태, HIV,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등이 있다. 이러다 보니 슬관절 수술, 고관절 수술과 같이 수술 중 수혈이 예상되는 환자들은 수술 중 수혈에 따른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무수혈 치료에 관해 ‘수혈에 대한 거부’, ‘일부 종교인들의 신념에 따른 치료법’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1997년 유럽의회에서 ‘유럽생명윤리협약’을 채택한 뒤,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이 세계적인 상식으로 되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모든 환자는 충분한 설명을 듣고 동의를 한 뒤에 치료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충분한 설명이란 “수(시)술의 방법 · 목적 · 결과 · 위험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설명 듣는 것”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수혈을 거부한 환자의 수술 중 긴급 상황으로 수혈을 한 의사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해 의료진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됨을 명시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무수혈을 선택하는 것은 ‘치료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 과정에서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죽음을 앞당기기 위해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판결해 무수혈 치료 요구를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로 규정했다.

정형외과 수술 중 수혈이 필요한 대표적인 수술은 무릎과 고관절의 인공관절 수술이다. 무수혈 인공관절 수술은 기존 수술과 비교하여 최소 절개로 수술하며 출혈을 최소화해 수혈로 인한 감염 및 부작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 후 발열과 오한의 발생률이 낮으나 수술 집도의의 임상 경험이 풍부해야 가능하다. 최소 절개하에 출혈량을 줄이며 짧은 시간 수술을 끝내야 하므로 관절 상태에 따른 수술 진행을 위해서는 임상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수혈 수술을 희망한다면 무수혈이 가능한 임상의를 찾아 환자의 상태에 따른 설명을 듣고 무수혈 수술 시 회복을 돕기 위한 보조적인 치료의 경험이 있는지도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호연 (창원제일종합병원 정형외과 1과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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