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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마기꾼- 김용훈(정치부 차장대우)

기사입력 : 2022-06-30 21:09:12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마스크 착용이다. 이제는 마스크가 몸의 일부로 느껴질 정도로 일상화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마스크 문화는 계속될 것 같다.

▼마스크는 코와 입을 가려 인체를 비말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처음엔 답답하고 낯설었다. 사람들은 수년 동안 실내이든 실외이든 늘 마스크를 써야 했다. 그 낯섦이 익숙함으로 치환된 지는 오래다. 이제는 방역 수칙이 완화돼 야외에서 벗는 것이 허용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마스크를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마스크 문화가 일상화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마기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기꾼은 마스크 문화가 낳은 신조어로 ‘마스크+사기꾼’의 뜻이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으니 눈매만 보고 미남, 미녀로 생각했는데, 벗은 모습을 보는 순간 ‘아차’하는 탄식이 나온다. 소개팅 자리에서 호감을 느꼈던 남녀가 마스크를 벗고 나서 헤어졌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마기꾼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데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는 데는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가 포착되지 않은 얼굴의 다른 부분들을 상상으로 메우기 때문이다. 즉 뇌는 보지 못한 정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 중에도 마기꾼이 있다. 그들은 각종 약속과 이미지를 내세우며 본모습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린다. 적어도 선거전까지는. 유권자들에게 본모습에 대한 실체를 감추면서 긍정 또는 과대평가를 유도한다. 그들이 마스크를 벗게 되는 때는 당선된 이후 권력을 쥐고 나서이다. 7월 1일, 민선 8기가 시작됐다. 아직은 누가 마기꾼인지 모른다. 크든 작든 마기꾼의 모습은 없기를. 아차! 이미 아주 큰 마기꾼이 나오는 것 같다고? 그럴 리 없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

김용훈(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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