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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Salon de Pirang (쌀롱 드 피랑)- 이장원(뚜벅투어 이사)

기사입력 : 2022-07-11 20:38:24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우리는 정말 잘 견뎌왔다. 사실 아직 그 터널의 끝이 완전히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예전의 활력을 되찾아 가는 것 같아서 기쁘다. 항구의 도시 통영에도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활력으로 넘실대기 시작한다. 역시 관광지는 사람들이 찾아와야 제 맛이다. 왁자지껄 사람들이 모여드니 그냥 구경만 해도 기분이 좋기만 하다.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고 통에 담긴 싱싱한 생선들도 반가운 듯 펄떡거린다. 예향의 도시라 불리던 이곳 통영에는 신선한 해산물이 넘쳐나고,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과 야경을 자랑한다. 이색적인 통영운하와 아시아 최초의 해저터널도 있고 섬도 570개나 가지고 있다.

통영 사람들이 ‘토영’이라고 정겹게 부르는 이곳에는 ‘피랑’이라는 특별한 말이 있는데, ‘피랑’이라는 말은 통영에서 비탈길, 까꾸막 등 경사가 있는 언덕 위를 일컫는 말이다. ‘벼랑’이 ‘비랑’으로 ‘비랑’이 ‘피랑’으로 발전된 통영 고유의 방언으로 동쪽에 있는 벼랑을 ‘동피랑’, 서쪽에 있는 벼랑을 ‘서피랑’이라고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동피랑은 우리나라 최초로 성공한 벽화마을이고, 서피랑은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의 고향이자 통영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통영문화예술의 성지였다. 여기에 새로이 추가된 곳이 바로 디지털과 피랑을 조합한 ‘디피랑’인데, 생긴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미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중 동피랑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2년에 한 번씩 벽화축제가 개최되는 이쁜 벽화마을로 중앙시장과 함께 언제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이고, 서피랑은 바로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의 고향이자 선생님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지인데, 이 소설은 1864년대부터 1930년대까지의 시대상이 반영됐고 가상의 집안과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특이한 점은 서피랑의 실제 지명을 배경으로 사용했다는 것이고 흥미로운 점은 그 내용에 당시의 사실적인 요소들이 일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서피랑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고 이곳엔 400년 간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인 통영 충렬사가 있고 그곳에서 400년 동안 제사도 모셔오고 있어서 언제나 이순신 장군님이 곁에 계신 것만 같다. 동피랑과 서피랑을 다니며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세월의 때가 묻은 통영의 골목길은 마치 과거로 여행하는 듯한 새로운 즐거움도 준다. 동피랑의 정상에서는 강구안의 이쁜 풍경이 보이고, 서피랑 정상에 오르면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쭈욱 펼쳐진다. 서피랑에는 무엇보다 유치환, 윤이상, 김춘수, 전혁림 등 통영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통영문화협회의 아지트도 있었고, 서피랑을 중심으로 통영 곳곳에서 많은 활동들이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새로 생긴 디피랑은 미디어아트를 강구안에 있는 남망산의 자연산책로와 결합해서 신비롭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족들이 함께 구경하거나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소문이 났는데, 듣기에 조만간 디피랑에 특별한 우물과 재미난 공간이 하나 더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가 된다. 결국, 이렇게 ‘동피랑→서피랑→디피랑’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이 ‘피랑’이라는 말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통영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필자는 ‘Salon de’라는 프랑스 말과 통영 방언인 ‘Pirang’을 조합한 ‘Salon de Pirang’이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말은 ‘피랑에서 열리는 예술 파티’라는 뜻이다. 이제 코로나로 인해 어느새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버린 문화의 시대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동피랑-서피랑-디피랑’으로 이어지는 통영이 다시 문화예술의 성지로 우뚝 서기를 염원하며 조용히 되뇌어 본다. ‘아트 포 유어 라이프 쌀롱 드 피랑’

이장원(뚜벅투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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