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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3] (18) 포장 폐기물

포장은 빵빵, 내용물은 한 줌… ‘뻥튀기 포장’ 심각

기사입력 : 2022-07-11 21:49:29

생활폐기물 중 35%가 포장폐기물

코로나 이후 배달·택배 급증으로 사용량 늘어

2020년 전년 대비 플라스틱 20%·폐지 15% ↑

기후 위기 앞당기는 지구 골칫거리로 부상


“질소를 샀더니 과자도 오네?”

과자를 샀더니 내부가 질소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비꼰 말이다. 2010년에는 제과를 중점으로 한 과대포장 논란이 뜨거웠다. 주된 요지는 부실한 양임에도 큰 용량인 척 과대하게 포장해 이가 ‘소비자 기만 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이에 따라 환경에 관한 시민 정서가 향상되면서 과대포장에 대한 시각도 주로 환경 문제로 옮겨 갔다.

과대 포장이 곧 포장 폐기물을 만들고 기후 위기를 더 앞당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체 생활폐기물 중 35%가 포장 폐기물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배달·택배 소비가 늘자 포장 폐기물의 수도 늘어났다. 2020년 하반기, 전년에 비해 택배 19.8%, 음식배달 75.1%가 늘자 이에 따라 플라스틱 20%, 폐지 15%, 폐비닐 8%가 증가했다. 포장 폐기물은 지구의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개별포장 과자 4종류 뜯어보니

예전 비해 포장 용기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종이박스 안에 내용물 별도 포장돼

3개가 용기의 절반도 안 차 과대포장 여전


◇과대 포장 알린 ‘일등공신’ 요즘 과자는 어떨까?

제과업계는 소비자 비난을 직격으로 맞은 뒤 포장규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뒤로 10년 가량이 지난 지금, 과대포장의 ‘시조’ 였던 과자의 포장 상태는 어떨까. 직접 산 과자를 확인해봤다. 마트에서 어른과 아이들 모두 좋아하는 과자 4종류를 구매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포장 용기 자체는 더 줄어들었다. 중요한 것은 내용물이다. 과자를 개봉해 꺼낸 내용물을 용기 안에 쌓아봤다.

A과자는 큰 비닐용기 안에 2단으로 나눠진 종이 트레이가 있고 그 안에 다시 비닐이 내용물을 개별로 포장하고 있었다. 이 종이 트레이의 크기는 가로 24㎝, 세로 20㎝. 과자는 총 10조각이다. 내용물을 꺼내 종이 트레이에 담아보자 반도 차지 않았다. A과자는 종이 트레이에 플라스틱 대신 종이를 사용했다며 ‘환경을 지키는 ECO 패키지’라고 표기해놨다.

B과자도 종이 박스 안에 내용물을 2개입으로 각각 합쳐 개별로 포장했다. B과자의 종이 박스 크기는 가로 28㎝, 세로 20㎝. 과자는 32조각이다. 내용물을 꺼내 쌓아봤더니 이 또한 반도 차지 않았다. C과자 또한 종이 박스 안에 1개씩 비닐로 개별 포장된 상태다. 종이 박스의 크기는 가로 26㎝, 세로 13㎝. 과자는 8조각이다. 과자 개별 크기가 큰 편이라 내용물을 채운 후 용기의 빈 공간은 제일 적었지만 그래도 반 넘게 남아 있었다. D과자는 포장 용기에 비해 내용물이 가장 부실했다. 가로 30㎝, 세로 25㎝의 종이 박스 안 개별로 포장된 12조각의 과자를 개봉해 일렬로 모았더니 거의 용기의 1/3 정도만 찼다.

결론적으로 4개의 과자 모두 내용물에 비해 용기가 컸다. 내용물 보호를 위한 수단에 따라 각자 이견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 4개 과자들에서 나온 포장 폐기물이 불필요하게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과자 4개를 구매해 박스만 뜯어 포장된 상품을 올려놓은 상태.
과자 4개를 구매해 박스만 뜯어 포장된 상품을 올려놓은 상태.
포장을 뜯고 내용물만 박스 안에 넣은 모습. 내용물이 반도 차지 않는 과자가 많다./어태희 기자/
포장을 뜯고 내용물만 박스 안에 넣은 모습. 내용물이 반도 차지 않는 과자가 많다./어태희 기자/



‘포장폐기물 제로’ 소비자가 앞장

캠페인 통해 과대포장 경험·위험 알리고

친환경 포장 사례 공유해 착한소비 문화 형성

도내 첫 ‘무포장 매장’ 진주에 문 열어

동참 매장·친환경 소비 확산 기대


◇포장 폐기물 제로로 향하는 길, 소비자가 앞장서자

환경 단체들은 기업이 과대 포장을 지양하고 포장 용기를 친환경 소재로 사용하고 크기를 줄이는 등 노력한다면 포장 폐기물의 저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착한 포장’ 제품을 선호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기업에 과대 포장을 향한 시사점을 제시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경남에서는 한 소비자 단체가 착한 소비 문화 형성과 과대 포장을 저감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소비자행동 부산경남지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과대 포장 경험을 소개하고 친환경 포장법을 소개하는 ‘나의 과대포장 해방일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단체에 접수된 사례는 40여 가지로, 내용물에 비해 박스가 큰 포장 사례가 가장 많았고 밀키트와 배달 음식·카페 테이크 아웃 포장에 대한 사례도 있었다.

사례를 보낸 김호석(가명) 씨는 “휴대폰 케이스를 샀더니 큰 포장 박스에 담겨진 채 왔다. 박스 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하고 “늦게 받아도 되니 우편으로 사이즈에 맞게 보냈으면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강정민(가명) 씨는 마트 정육코너에 밀키트가 과대포장돼 있다며 “내용물은 최대한 채우되 친환경 재질의 포장지를 이용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황세라 미래소비자행동 부산경남지부 부장은 “합성 플라스틱이나 염색된 비닐 등인 포장지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버려진 포장지는 소각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며 “시민들에게 이런 과대포장의 위험을 알리고 올바른 친환경 포장법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경남미래소비자행동이 진행하고 있는 ‘나의 과대포장 일지’ 캠페인에 접수된 과대포장 사례들./부산경남미래소비자행동/
부산경남미래소비자행동이 진행하고 있는 ‘나의 과대포장 일지’ 캠페인에 접수된 과대포장 사례들./부산경남미래소비자행동/

◇경남서 ‘무포장’ 실현될까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녹색 소비’가 그 중심이다. 녹색 소비란 환경 오염을 의식하고 폐기물을 저감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녹색 소비에서 ‘무포장 상품’ 구매는 ‘포장 폐기물 제로’를 향한 초석이다.

경남에서도 무포장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지난 4일 진주에서 ‘녹색특화매장’이 개소하면서다. 진주텃밭 금산점, 진양호점, 초전점 3개소다. 녹색특화매장은 친환경 세제 등 환경마크 인증 제품을 판매해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면서 포장 폐기물 줄이기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진주텃밭협동조합은 지난 2020년부터 무포장 농산물에 대한 다회용기 사용, 배송 포장 시 잉여박스 재활용 등을 실천해왔다.

경남에 최초로 ‘무포장’ 매장이 열린 만큼 조합은 앞으로도 무포장 매장의 확대와 친환경 소비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소희주 진주텃밭 대표는 “처음 소비자들은 무포장 매장을 불편해했으나 적응되면서 환경을 지키는 것 같다고 오히려 더 좋아했다”며 “우리와 같이 무포장을 실천하는 매장이 많이 생겨 경남 포장 폐기물이 ‘제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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