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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영우 ‘소덕동 팽나무’ 창원에 있다

지난 5월 대산면 동부마을서 촬영… 방영 후 관광객 몰려들어 ‘인기’

팽나무는 마을 수호신 당산나무 보존가치 높아 2015년 보호수 지정

기사입력 : 2022-07-24 21:58:38

낙동강을 끼고 넓은 들판 위로 언덕이 솟아 있다.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수령 500년이 넘도록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준 팽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최근 화제작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7·8화 촬영지로 ‘소덕동 마을’이라 이름 붙여진 곳, 바로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이다. 이 고즈넉한 마을이 드라마에 방영된 뒤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24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 일대가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성승건 기자/
24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 일대가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성승건 기자/

드라마 속 소덕동은 도로 건립 계획 탓에 존폐 위기를 맞은 마을이다. 드라마 촬영은 지난 5월 나흘간 이뤄졌다. 아름다운 마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덕동 주민들은 배우들이지만 동부마을은 실제 주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주민들은 최근 드라마의 영향으로 마을이 유명해진 것을 반기면서도 일부는 관광객들로 과도한 혼잡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낮 12시께 동부마을을 찾았다. 입구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팽나무 가는 길’이라는 손팻말이 눈에 띈다.

마을 주택 담벼락에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돌고래 벽화도 그려졌다. 이 벽화는 마을이장의 딸 윤소정(35·창원시 진해구)씨가 마을을 찾아 직접 그렸다. 이날도 윤씨는 돌고래 그림에 색을 칠하고 있었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이 온 김에 그림을 그려주고 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실력은 없지만 재료를 구해 직접 그렸다”며 “마을을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동부부녀회는 나들이객 맞이에 팔을 걷어붙였다. 마을을 찾는 손님들에게 값싼 가격으로 커피와 식혜를 제공했다. 부녀회 한 주민은 “동네에 크게 득이 될 건 없고 손님 대접을 위해 우리가 손수 준비했다”고 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노윤조(74·여)씨는 “마을이 드라마에 나온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재밌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영우 팽나무 촬영지ㅣ'소덕동 이야기' 촬영장소는 창원 대산면 동부마을

이곳 팽나무는 애환이 깊은 나무다. 드라마 속 소덕동 마을에서는 “어린 시절 저 나무 타고 안 논 사람이 없고 기쁜 날 저 나무 아래에서 잔치 한번 안 연 사람이 없다. 또 간절할 때 기도 한번 안 한 사람이 없다”고 묘사됐다. 동부마을 주민들에게도 실제 그랬다. 주민들은 매년 음력 시월 초하루가 되면 마을의 안녕을 위해 당산제를 지낸다.

나무는 동부마을 뒤편에 있다. 나무의 수령은 500년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5년 7월 마을의 보호수로 지정됐다. 당시 수고(높이) 16m, 흉고(둘레)는 6.8m다. 어른 네다섯 명이 안아야 할 만큼 큰 데다, 입지환경과 생육상태가 우수해 보존가치가 높다.

마을을 찾은 서영주(29·여)·손주현(34·창원시 마산회원구)씨 부부는 “동네가 예쁘고, 주민들도 정겹고, 나무도 실제로 보니 더 커 보인다”며 “지역에 살면서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부산에서 찾아온 송영실(42)씨 가족은 “창원에 촬영지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오늘 온 김에 경남의 다른 관광지도 둘러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마을이 인기를 끄는 것도 좋지만, 주민들은 조용하기만 했던 마을의 평화를 해치진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현재 이곳은 30여가구 60여명 주민이 거주한다. 이날 오후 한때 마을 진입로 주변 도로에는 외부에서 찾아온 차량들로 인해 빼곡히 주차된 차량만 100여대가 족히 넘어 보였다. 주차가 어려운 마을 안쪽까지 차량들이 진입하면서 혼잡을 빚기도 했다.

윤종한(61) 이장은 “드라마 촬영을 할 때 불편해도 주민들이 다 호응을 했다”며 “다만 팽나무를 보러 가는 언덕이 돌길이라 나들이객들이 혹여 넘어져 다치진 않을까 보행로 정비가 필요하고, 주차시설이나 화장실 문제도 있어 면사무소 등을 찾아 의논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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