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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중함과 우유부단함에 대하여

기사입력 : 2022-08-04 21:30:28

한 달이 걸렸다. 도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던 부·울·경 메가시티(특별연합) 정책이 소멸 위기로 전락한 시간이다.

전담 조직이었던 동남권전략기획과는 사라졌고, 초광역협력기획 및 사업을 담당하던 10여명의 직원의 수는 정책기획관 대외협력담당부서 내 2명으로 줄었다. 덩달아 부·울·경 특별연합 합동추진단에 파견된 8명의 도청 공무원들은 방향을 잃었다.

그렇다고 부·울·경 특별연합 정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당선 후 경남연구원에 ‘부·울·경 초광역협력 실효성 분석연구’를 지시하고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을 정하겠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경남연구원은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에 따른 경남 입장에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서부경남 발전 정책을 보완 중이다.

도정의 수장이 해당 조직과 사람을 없애면서까지 기다리는 연구 결과란 과연 무엇일까. 이미 박 지사는 선거기간부터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했었다. 도청 산하기관인 경남연구원이 지사로부터 의뢰를 받고 지사의 의중과 전혀 상관없는 연구 보고서를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2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구 결과가 아닌 박 지사의 생각이다. 좋은 리더의 기본 조건은 통찰력, 판단력, 실행력이다. 330만 도민들과 도청 직원들은 물론 부산과 울산에서도 모두 박 지사의 입을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도지사 후보 시절부터 인수위 시기까지면 충분하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시계를 앞뒤 어느 쪽으로 돌릴지, 도민을 우선한 판단을 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답을 내놓는 것이 도민들에 대한 예의 아닐까. 신중함과 우유부단함은 골든타임에서 갈린다. 박 지사의 인수팀 이름이었던 ‘시작부터 확실하게’라는 구호가 무색한 8월이다.

조고운(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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