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일어날 때 갑자기 핑~ 폭염에 더위 먹은 탓?

[무더운 여름철 ‘기립성 저혈압’ 주의보]

일어날 때 뇌혈류 감소로 순간적으로 머리 ‘어질’

기사입력 : 2022-08-07 22:07:49

습하고 무더운 여름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더위를 먹은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저혈압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땀을 통해 수분과 전해질이 많이 배출되면서 체액이 줄어 혈압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저혈압은 2021년 한 해 동안 7월과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빈혈과 혼동하기 쉬운 기립성 저혈압

기립성 저혈압이란 갑자기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하고 도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뇌의 혈류감소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어지럼증 외에도 전신 무력감, 머리가 텅 빈 느낌, 두근거림, 눈앞이 흐려지거나 캄캄해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실신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전형적인 증상 없이 피로, 두통, 목의 뻣뻣함, 어깨 통증 등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하기 어려운 증상을 보이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어지럼증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과 빈혈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엄연히 두 질병은 차이가 있다.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 누워있을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일어섰을 때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에 따른 혈압 차이로 뇌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어지럼증을 느낀다. 반면 빈혈은 몸속에 혈액, 즉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일어섰을 때 피로감, 두근거림, 어지럼증 등 기립성 저혈압과 일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누워있거나 앉아 있을 때도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되기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과는 다른 질환이다. 이처럼 일부 증상이 비슷해 서로 혼동하기 쉬운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는 것이 좋다.


◇다양한 원인과 기저질환, 검사 필수

기립성 저혈압의 발병 원인은 딱 한 가지로 규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원인과 기저질환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앉아 있거나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다리에 혈액이 쏠리면서 순환하는 혈액이 줄어 혈압이 감소할 수 있으나, 자율신경의 조절로 말초혈관과 심장이 적절하게 반응해 혈압이 떨어지지 않게 된다. 만약 이러한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일어섰을 때 몸이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면서 저혈압이 생기고 어지럼증 등 저혈압 관련 증상이 발생한다. 자율신경 문제 외에도 땀을 흘리거나 구토, 설사 등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면 순환 혈류량이 줄어 일시적으로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증상이 반복되어 심할 경우 실신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료받는 것이 좋다. 특히 항고혈압약이 기립성 저혈압의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혈압 약물을 처음 투여하거나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기존에 복용 중이던 약물을 증량한 경우,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경우 약물 복용을 잠시 멈추고 의사와 상담하여 혈압에 대한 재평가 후 약물을 조절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당뇨병, 류마티스 질환, 심부전과 같은 질환에서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러 연구에서 기립성 저혈압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 그리고 반복적인 뇌혈류의 감소로 인한 인지기능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기립성 저혈압을 방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낙상에 의한 외상이다. 특히 고령의 환자에게 낙상은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주변 가족들의 주의가 필요하며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기 위한 습관은 다음과 같다. △술은 혈관을 확장할 수 있으므로 금주한다.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을 피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운동을 한다. 하지만 과격하거나 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일어날 때는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고, 중간에 한 번씩 쉬어주며 일어난다. △장기간 서 있는 경우, 다리 정맥혈의 정체를 막기 위해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복용한 약물에 의해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있으면, 담당 의사와 약물에 대해 상의한다. △증상 호전이 없는 경우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저혈압 방지를 위한 약물 복용 여부를 결정한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박익현 교수는 “어지럼증이나 실신으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해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외상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심한 어지럼증이나 실신을 경험한 기립성 저혈압 환자의 경우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일어섰을 때 잡을 수 있는 주변 구조물을 먼저 확인하고 일어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그리고 기립성 저혈압 증상 발생 시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고 제자리에 앉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누워서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박익현 교수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규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