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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훼손 논란’ 김해시, 국가 사적 신청 철회

시 “문화재청서 보완조치 계획오면 이행한 후 다시 신청할 것”

문화재청 “구체적 훼손범위 상태 확인 필요… 위법사항은 법적조치”

기사입력 : 2022-08-09 15:24:04

속보=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로 알려진 김해 구산동 지석묘(경남도기념물 제280호)가 복원 정비 과정에서 훼손 논란에 휩싸이면서 김해시가 결국 국가 사적 지정 신청을 철회했다. 시는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이후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8일 1면·9일 2면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정비’ 자문의견 무시 )

김해시는 8일 문화재청과 경남도에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 신청을 취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적 지정을 신청했다가 스스로 철회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해시는 2021년 10월 구산동 지석묘의 격을 높이기 위해 경남도에 국가 사적 지정 신청을 했다. 이후 도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올해 1월 문화재청에 지정 신청을 했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 현장 전경./김해시/
김해 구산동 지석묘 현장 전경./김해시/

시 관계자는 “구산동 지석묘 유적지 내 박석(얇고 넓적한 돌·지석묘의 묘역을 표시하는 역할) 이동·재설치(현상 변경)가 문화재 훼손 논란이 일면서 국가 사적 지정 신청을 취하했다”며 “문화재청에서 보완 조치 계획이 오면 이행한 후 다시 국가사적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산동 지석묘는 지난 2006년 구산동 택지개발사업 때 발굴된 유적으로 덮개돌인 상석(上石) 무게가 350t이고, 고인돌 주변 묘역 시설이 1615㎡에 이르러 세계 최대 고인돌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에 상석을 중심으로만 파악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주변에 묘역 시설까지 갖춘 고인돌은 ‘묘역식 지석묘’ 또는 ‘구획 지석묘’라고 부르며 구산동 지석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해시는 당시 발굴 기술 부족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다시 흙을 채워 보존해 오다 지난 2019년 종합정비계획 수립 후 2020년 12월부터 16억7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구산동 1079 일원 4600㎡ 지석묘 복원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석묘 주변에 깔린 박석 이동 및 재설치를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재청과 협의 후 시행해야 함에도 협의 없이 진행하면서 훼손 논란이 일었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 박석 모습./김해시/
김해 구산동 지석묘 박석 모습./김해시/

문화재청은 지석묘 아래와 주변에 박석, 박석 아래에 청동기시대 문화층이 있는데도 김해시가 정비공사 과정에서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해 무단으로 현상을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해 현재 정비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문화재청 자문위원들은 지난 5일 현지 조사 결과 박석의 이동 등으로 인한 구체적인 훼손 범위와 훼손 상태 확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조만간 훼손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발굴조사를 시행하고, 위법 사항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종구 기자 jg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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