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촉석루] 도보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윤재환(의령예술촌장)

기사입력 : 2022-08-09 20:56:03

나의 퇴직 도보여행은 지난 7월 1일 의령부터 시작해 진주와 사천, 하동, 그리고 남해안을 따라 전남 광양과 순천, 보성, 장흥, 강진을 지나 7월 10일 해남군 땅끝마을을 찍고 다시 서해안으로 목포, 무안, 함평, 영광을 거쳐 전북 고창과 부안, 군산으로 이어졌다. 이어 충남 서천과 보령, 태안을 지나 서산을 건너뛰고 당진과 예산, 아산을 거쳐 경기도 평택으로 들어가서 7월 26일 청북읍행정복지센터까지 걸어서 갔다. 아직 절반에 못 미치지만 그렇게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전반전이 끝나면 후반전을 대비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면서 작전을 짜고 또 에너지 보충하듯 나도 3일간은 그냥 편안하게 쉬었다. 수원과 서울에 이어 용인과 부천, 그리고 고양에서 지인들을 만나면서 편안하게 쉬었다.

7월 30일 다시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는 길로 가기로 하고 경기도 파주 오도산 통일전망대에서 후반전을 이어갔다. 휴전선이 있는 연천과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를 지나 고성에서 정점을 찍고 동해안을 따라 속초와 양양, 강릉, 동해, 삼척을 지나 경북 울진과 영덕, 포항, 경주를 거쳐 울산과 부산으로 간다. 이어 경남으로 들어가서 양산과 밀양, 창녕을 지나 의령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계획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행하면서 다섯 가지의 작전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식사를 모두 사서 먹기로 했다. 버너와 가스 등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도구들을 빼내 짐이 가벼워지고 시간을 벌었다. 두 번째 아침 일찍 나서서 시원할 때 걷고 더운 낮시간 때에는 쉬었다. 세 번째 하루하루를 즐기기로 했다. 길을 가다 편의점이나 카페가 있으면 커피를 마시며 충분히 쉬고 간혹 책도 읽으며 여유롭게 가기로 했다. 네 번째 서해안의 경우 해안선이 너무 길고 해서 그냥 북으로 질러가기로 했다. 다섯 번째 큰 만과 도심 구간은 건너뛰기로 했다. 그래서 영산강과 금강 하구 및 보령해저터널은 그냥 점프했다. 또 도심구간은 특별히 볼 것도 없고 방향찾기도 어렵고 신호등도 많고 복잡해서다. 고행으로 예상했던 도보여행이 편안하고 즐거운 추억의 여행으로 바뀌었다.

윤재환(의령예술촌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