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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인연,이라는 선물- 최미래(소설가)

기사입력 : 2022-08-11 20:36:00

누군가 물었다. 당신 삶에서 ‘귀한 인연’ 셋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겠는가? 하고. 묻는 이에게 대답은 못했지만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는 됐다.

우선 가족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족만큼 귀하고 소중한 인연이 어디 있을까. 내가 전적으로 선택한 것 같지만 ‘억겁’의 인연이 닿아야 만나진다는 부부의 연(緣)과, 천륜이라 일컫는 부모자식간의 연, 피를 나눈 형제자매들의 연이 그렇다. 그런데 실제 알고 보면 가족 못지않게 때로는 가족보다 더 귀한 인연으로 맺어진 만남도 숱하게 많은 게 사실이다.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그런 만남들이 있었다.

수업 시작 전에 늘 낡은 풍금을 손수 연주하며 찬송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를 우리와 함께 부르시던 음악 선생님, 수십 년 전 초등학교 시절, 이름도 성별도 모른 채, 학년 학반 학번만으로 연결돼 지금까지도 우정을 나누고 있는 펜팔친구, 천주교 세례를 받으며 대모 대녀로 맺어진 고마운 인연, 나의 단점을 알면서도 변함없이 나를 신뢰하고 장점에 주목해 격려해주는 학창시절의 몇몇 친구, 몇몇 지인, 또 어디 그뿐이랴. 문인협회를 통해 알게 된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후배들, 거기다 멋진 캐릭터로 가끔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매력적인 사람들, 세상을 살다보면 불가피하게 갈등과 상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발단이 선을 넘는 지나친 간섭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이해관계가 얽혀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업무상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럴 때 시절인연이 다해서 멀어지는 거야 인력으로 어쩔 수 없지만, 그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미숙해서 한때 귀한 인연이 멀어지거나 악연으로 전락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우리는 모두 우주의 일부이고, 인간과 만물은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우주와 연결돼 있다고 한다.

우주의 신비로운 기운으로 우리에게 닿은 소중한 인연들. 그들은 어쩌면, 잠시잠깐 머물다 갈 이 지구에서 유영하는, 고독하고 외로운 영혼들에게 우주가 안겨준 과분한 선물들인지도 모른다. 이 귀한 선물을 즐기고 관리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게다.

최미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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