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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기본을 바로 세우는 학교-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장 총연합회 이사장)

기사입력 : 2022-09-18 19:30:27

아침마다 인성부 선생님의 질책과 훈계가 교문을 흔든다. 졸음을 참으며 힘들게 등교하는 아이들을 반갑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해주고 싶은데, 복장과 규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을 향한 질책에 행복함으로만 가득 찬 아침은 아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힘들고 용기 있는 훈계가 우리나라 미래와 교육의 기본을 세우는 출발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선생님과 학생들을 격려하고 싶다.

학교마다, 교실마다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무너지는 건 학교만이 아니다. 매스컴을 통해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흔들리지 말아야 할 마지막 보루인 종교와 교육마저도 곳곳에서 무너지는 모습들을 본다. 매일 보도되는 사건, 사고들은 기초와 기본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얼마 전 KTX 탈선사고의 원인도 7㎜너트라고 한다. 조그마한 너트 하나를 제대로 조이고, 검사하지 못한 작은 실수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 가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 높은 명예와 존경을 가졌던 한 인간의 무너짐 속에도 기초와 기본의 부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한 건의 대형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경미한 사고가 29개 발생하고, 그러한 사고가 유발될 징후나 조짐이 300개 정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하인리히 법칙은 기본에 충실함으로, 대형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도 위기다. 학교 붕괴, 교실 붕괴, 학교 폭력, 교권 추락, 수업 방해, 버릇없는 제자, 욕설과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살아가는 막가파 학생 등 곳곳에서 교육이 무너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교실과 교단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있다.

초임 교사 때 가졌던 교사의 자부심과 소명 의식은 전투 치르듯 진행하는 학생과의 수업 속에서 점점 소멸돼 가고, 무너진 교실 공동체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이 모든 붕괴의 원인도 기초 교육의 부실이다. 분명 기초 교육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가르치는 방법도 어렵지 않지만, 지루한 반복적인 교육을 거쳐서 습관화되는 재미없는 과정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기초 교육에는 규율과 엄격성이 있다. 그렇기에 학생인권과 체벌이 금지된 학교 현장에서 막가파식 학생을 방관해야만 하는 교권으로는 기초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먼저 학교와 가정에서 기초 교육을 할 수 있는 교권을 세워주는 일이 우선이다.

교육청마다 교육 혁신을 부르짖는다. 누가 들어도 신선하고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말이지만, 그러나 진정한 교육 혁신은 기본과 기초를 세우는 일이다. 거창한 교육 제도와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학교의 기본과 기초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 진정한 교육 혁신이다. 교권을 바로 세워, 인사를 잘하며, 남을 배려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협력의 인간성을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기본 교육이다.

미국 교육작가인 로버트 풀검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했다. 인생의 기초와 기본이 되는 습관과 지혜를 유치원에서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고, 체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도 처음 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6개월가량은 가장 기본적인 질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그 교육이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 입사 후 일정 기간은 인간관계의 단순한 인사와 정리를 훈련하는 기본 교육이 오늘날 일본 국민의 품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학생들에게 기초와 기본 교육을 강조하기 전에 우리 교사들부터 겸허하게 반성해야겠다. 과연 우리는 기본이 잘 갖춰진 교육자인지, 전공 교과에 대한 지식은 충분한지, 교사로서 소명 의식과 나를 새롭게 가꾸고 발전하는 일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기본을 회복해야 할 때다.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장 총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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