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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사검증 못하면 누구 탓?

기사입력 : 2022-09-21 19:57:08

지난주 경남도의회는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검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질의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진행된 인사검증 과정서 제기된 ‘무용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도 앞서 도의회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여러차례 보도했던 터라, 좋은 변화라 보고 매뉴얼 관련한 도의회의 계획을 기사화했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당일, 다른 취재를 위해 통화했던 경제환경위원장인 김일수(거창2, 국힘) 의원에게서 해당 기사와 관련해 “정책질의 매뉴얼을 만든다는 계획이 타당한 거냐”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기자가 “무엇이 문제냐”고 묻자 김 의원은 오히려 “매뉴얼 내용이 뭐였냐”고 질문한다.

기자가 “출자출연기관장 임용 기관의 사업과 이슈 등 정보를 수집하고 후보자 제출 서류를 근거로 정책지원관이 지원에 나선다는 게 골자 아니냐“고 설명하니 김 의원은 ”그럼 도의원은 가만히 앉아 놀고 먹는다는 소리냐며 재차 질문으로 답을 대신한다.

김일수 의원은 “상임위 소관 기관에 대한 정보를 의원이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고, 후보자 자료를 근거로 검증을 위한 질의를 구성하는 능력도 의원들에 충분히 있는데, 그런 매뉴얼을 만든다는 건 스스로 도의원을 낮잡아 본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직자가 품어야 할 마인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은 해당 ‘매뉴얼’에 대한 큰 고민이 없어 보인다. 이영수(양산2, 국힘) 의원은 19일 열린 경남개발공사장 후보자 인사검증에서 “최근 확대의장단이 향후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경남도 출자출연기관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경남개발공사의 장을 당장 검증해야 하는 상황에 제대로 된 정책질의 매뉴얼도 없이 인사검증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사검증 능력을 ‘매뉴얼 부재’에 기댔다. 이장우(창원12, 국힘) 의원도 “의원님들 한 분 한 분 의정활동으로 매우 바쁜 상황에서 질의 매뉴얼도 없이 직접 자료를 요구해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보고서 채택 시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자기변명적 발언을 했다.

이날 인사검증은 내정과 동시에 후보자에 제기됐던 각종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의원들 간 의견 충돌과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 등으로, 논란 해소는 커녕 의혹 등을 재차 묻는 수준에 그쳤다. 도민들께 묻는다. 이날 열린 경남개발공사장 임용후보자에 대한 경남도의회의 인사검증은 누구 탓일까.

김현미(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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