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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업무협약 내용공개 강제 조례 ‘발목’

경남도, 지난 5월 대법원 제소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마창대교 등 협약 따른 피해 현안에 도의회 역할 어려워

기사입력 : 2022-09-22 21:23:27

도내 지자체의 무분별한 업무협약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경남도의회가 협약 전반을 제한 없이 점검할 수 있도록 한 조례안이 경남도의 법적 대응에 발목을 잡혔다. 이에 따라 전국 최고의 통행료 오명을 가진 ‘마창대교’와 같은 불공정 협약에 대한 도의회의 견제·감시 역할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남도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 도의회를 통과한 경남도-민간 사업자 간 업무협약 내용을 강제 공개하는 ‘경상남도 업무협약 체결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이 현재 효력 정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남도청./경남신문 DB/
경상남도청./경남신문 DB/

경남도가 해당 조례안 가결 한 달 후인 지난 4월 27일 △협약 상대자인 민간 사업자의 권리 침해 △집행부의 투자유치권 침해 등을 이유로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5월 대법원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경남도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대법원이 인용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도민의 알권리를 이유로 업무협약 내용 공개를 강제했던 이 조례안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당시 송순호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은 ‘집행부와 민간 사업자 간 업무협약 관련 내용을 도의회가 요구 시 집행부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조례안 6조(업무협약과 관련된 자료 제출)에 따르면 ‘도지사는 업무협약에 비밀 유지조항을 둔 경우라도 도의회에서 지방자치법 제48조 및 제49조에 따라 자료요구가 있는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10월 제388회 임시회에서 마창대교 관련 송순호 의원이 요구한 마창대교 업무협약 관련 자료 제출 건을 협약상 ‘비밀 유지조항’을 들어 이미 한 차례 거부한 바 있다.

송순호 전 도의원은 “전국 최고 통행료인 마창대교는 협약 구조상 계속해서 통행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영업 이익이 나면 수천억원의 법인세를 물어야 하지만 사업자는 이제껏 한 번도 법인세를 낸 적이 없다. 이 말은 협약이 처음부터 적자 구조로 설계됐다는 것”이라면서 “협약 자체가 문제라면 협약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의회 입장에선 어떻게 하는 것이 도민에 이익이 되는 것인지 판단은커녕 가닥조차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약 내용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사업 재구조화든 공익 처분 등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례안 통과 당시 소관 상임위원회였던 기획행정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경상남도에서 체결하는 각종 업무협약의 대상과 범위 등이 지속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업무협약 체결로 인해 경상남도의 재정부담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업무협약의 체결을 위한 사전·사후 점검 및 관리의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어 왔다”면서 “본 조례안은 도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전 업무제휴 기관의 적정성, 소요 예산, 업무처리 능력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업무협약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기체결한 업무협약에 대해 철저한 사후관리와 도의회 보고를 통해 업무협약의 체계적 관리와 책임성,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며 입법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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