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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한화에 매각된다

산은, 2조원 유상증자 방안 포함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 계약

기사입력 : 2022-09-26 20:50:00

한화그룹이 거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 산업은행(이하 산은)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관련기사 2·8면

26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번 도크에 17만4000t급 LNG운반선(왼쪽)과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오른쪽)에 대한 진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대우조선해양/
26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번 도크에 17만4000t급 LNG운반선(왼쪽)과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오른쪽)에 대한 진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대우조선해양/

이번 MOU 체결에 따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산은은 여전히 대우조선 지분을 28.2% 보유하게 된다. 유상증자 참여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이다.

다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경영권을 가져가는 우선권을 확보하게 되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있을 경우 최종 인수자는 변경될 수도 있다. 산은은 한화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은은 27일 대우조선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에 대한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7일까지 약 3주간 실사 기회를 줄 예정이다. 이후 한화그룹과 인수 희망 투자자에게 최대 6주의 상세실사 기회를 부여한 뒤 투자 조건을 비교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고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투자사들은 상세 실사 뒤 공정한 경쟁을 거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 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그룹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투자자가 있다 하더라도 우선협상자인 한화그룹이 더 나은 좋은 조건을 제시하게 된다면 최종 투자자는 한화그룹이 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한화그룹과 논의 결과 대우조선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결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본건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한화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다면 한화는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현재까지 21년간 산업은행의 품에 있었던 대우조선이 민간 대주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2008년 10월 24일 한화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화 컨소시엄이 산업은행(31.26%)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19.11%)가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 50.37%(9639만2428주)를 인수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매각 예정가는 6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화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매각이 무산됐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13년 만에 다시 대우조선을 품게 됐다. 한화그룹은 최근 사업재편을 통해 방산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잠수함 등의 방산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4조2000억원(산업은행 자금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2조4295억원, 영업손실은 약 5696억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결손금은 1조6711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 676.4%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이에 산은은 수출입은행 및 다른 채권 은행들과 협의해 매각 이후에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한의 지원에 나선다. 거래종결 이후 5년간 대출과 선수금 환급보증(RG), 2조9000억원 규모의 신용한도 등을 유지하고, 대우조선이 발행해 수은이 보유 중인 영구채의 스텝업 금리도 조정해 줄 예정이다. 수은의 영구채에서 발생한 미지급 이자에 대해서는 주식 전환 등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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