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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습니다” 3·15의거법 첫 인정사례 나와

진실·화해위, 천모씨 부녀 사건 결정

경찰에 불법구금·고문·폭행 당해

기사입력 : 2022-10-05 12:55:28

지난 1월 21일 3·15의거법(3·15의거 참여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첫 진실규명 인정 사례가 나왔다. 대상자는 3·15의거 당시 경찰에 불법 연행돼 고문, 폭력 등 피해를 입은 아버지와 딸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4일 제42차 위원회 회의에서 ‘천모씨 부녀(父女)의 3·15의거 고문 등 피해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1960년 3월 15일 당시 53세였던 故 천모씨는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여했다가 주동자로 몰렸고, 다음날 아내와 함께 오동동파출소에 연행돼 10일간 고문을 당했다. 딸 천모씨 또한 당시 부모를 보기 위해 파출소에 방문했다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

진실화해위는 형사사건부 등 기록을 통해 아버지 천씨가 경찰에게 체포·연행된 후 10일간 불법구금됐고 수사를 받는 도중 몽둥이 등으로 폭행과 고문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딸 또한 경찰에게 몽둥이로 구타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대해 ‘3·15의거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3·15의거의 역사적 의미를 후대에 알리기 위한 선양사업 및 교육사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3·15의거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진실규명 결정을 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3·15의거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960년 4월 24~26일 마산에서 일어난 ‘할아버지·할머니 시위’, ‘부산 원정시위대’ 등에 대한 직권조사도 이뤄진다. 두 사건은 일부 언론 보도와 극소수 증언 외에는 알려진 바 없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중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직권조사 결정됐다. 할아버지·할머니 시위는 1960년 4월 24일과 25일 마산 일대에서 할아버지 200여명과 할머니 300여명이 각각 이승만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시위를 말한다. 또, 부산 원정시위대 사건은 다음날인 26일 부산에서 200여명의 시위대가 마산에 도착해 27일까지 시위를 펼쳤는데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며 4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할아버지·할머니 시위는 노년층이 주도한 대규모 시위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여 의미가 크다”며 “대통령 하야 성명이 발표된 26일 부산시민들이 마산에 오게 된 배경, 공권력 대응을 확인하고 민간인 피해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직권조사 배경을 말했다. 9월 말 기준 3·15의거 진실규명 신청은 275건이며, 이 중 169건은 조사개시 결정됐고, 5건이 종결됐다. 1건은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고, 각하 1건, 취하 3건 등이다. 진실규명 신청은 올해 12월 9일까지다. 

지난 9월 28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제10회 3·15의거 희생자 위령제에서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이 분향하고 있다./경남신문 자료사진/
지난 9월 28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제10회 3·15의거 희생자 위령제에서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이 분향하고 있다./경남신문 자료사진/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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