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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뜻깊은 3·15의거법 시행 이후 첫 진실규명 결정

기사입력 : 2022-10-05 19:44:23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4일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첫 결정을 내렸다. 3·15의거 당시 경찰에 불법 연행돼 고문, 폭력 등 피해를 입은 아버지와 딸에 대한 사건, 이른바 ‘천모씨 부녀(父女)의 3·15의거 고문 등 피해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인정 사례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21일 3·15의거법이 시행된 이후 첫 진실규명 인정 사례이다. 1960년 3월 15일 당시 53세였던 故 천모씨는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여했다가 주동자로 몰렸고, 다음날 아내와 함께 오동동파출소에 연행돼 10일간 고문을 당했다. 딸 천모씨는 부모를 보기 위해 파출소에 방문했다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형사사건부 기록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국가에 대해 ‘3·15의거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3·15의거의 역사적 의미를 후대에 알리기 위한 선양사업 및 교육사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는데,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경남 도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옛 마산시에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와 독재에 맞서 시민과 학생들이 분연히 일어난 민주항쟁으로, 4·19 혁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가 지난 2010년 3·15 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정한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헌법 제1조의 ‘주권재민’ 정신을 명확히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여러 이유로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료와 기록이 사라질 수 있고, 세월이 지나 사건을 증언할 사람들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길 원치 않는 이들도 존재한다. 조사 대상으로 결정된 3·15의거 관련 불법 구금과 고문 사례 등도 묻혀버릴 수 있는 여러 사례 중 하나였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진실화해위가 3·15의거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진실규명 결정을 한 것은 더욱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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