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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만 집단폐사 물고기는 청어 아닌 ‘정어리’

산 채로 몰려든 모습 CCTV로 확인

폐사 원인 두고 다양한 주장 나와

기사입력 : 2022-10-05 20:50:35

마산만에서 떼죽음한 물고기는 청어가 아닌 정어리로 판별됐다. 또한 정어리 떼가 산 채로 연안으로 몰려든 모습이 해경 CCTV를 통해 확인되면서 이들이 왜 연안에 고립돼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설이 나오고 있다.

4일 오후 창원시 구산면 욱곡마을 앞 바닷가에 폐사한 정어리가 가득하다./경남신문DB/
4일 오후 창원시 구산면 욱곡마을 앞 바닷가에 폐사한 정어리가 가득하다./경남신문DB/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원은 4일 오후 마산만과 진동만을 찾아 물고기 폐사체를 조사한 결과, 해당 어종이 기존에 창원시가 파악했던 청어가 아닌 정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어리는 청어와 겉모습이 비슷하다. 하지만 청어가 3~10℃의 수온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과 달리 정어리는 11~20℃가량의 높은 수온에서 출현한다. 또한 20㎝ 이하는 포획 불가능한 청어와 달리 포획에 제한이 있는 어종도 아니다. 이 때문에 어선이 잡은 어린 물고기를 폐기했다는 가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창원시의 수사 의뢰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창원해경은 폐사가 일어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진동면 도만항 항포구에 정어리가 떼로 모여드는 CCTV 영상을 확보했다. 30일 새벽 1시 53분부터 1분가량 촬영된 해당 영상에는 부두에 정착된 배 옆으로 정어리 떼가 모여들어 팔짝팔짝 뛰더니 순식간에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다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10시께 CCTV 영상에는 수면 위로 폐사한 정어리 떼만 둥둥 떠다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4일 마산만과 진동만 일대에서 빈산소수괴(용존산소의 농도가 낮은 물 덩어리)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3·15해양누리공원의 경우 수심이 11m에 달하는데, 표층(상부) 3m를 제외한 모든 지점에서 빈산소수괴 현상이 나타났다. 빈산소수괴는 양식장이 있는 진해만의 경우 여름철 빈번히 발생해 관련 부처에서 관리해왔지만, 양식장이 없는 마산만과 진동만의 경우 빈산소수괴 발생 여부를 그동안 파악하지 않았다. 과학원은 이 현상이 물고기 집단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데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

임현정 남동해수산연구소 소장은 “2011년 미국에서 강한 풍랑으로 밀려난 정어리 떼가 환경이 비교적 나은 내만으로 피신해 연안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사례도 있다”며 “빈산소수괴 등 다양한 환경적인 가능성을 열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산소수괴 현상이 정어리 떼의 직접적인 폐사 원인이라 할지라도, 애초에 마산만 내만까지 대거 들어온 정어리 떼가 되돌아가지 못하고 빈산소수괴 지점에 고립된 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포식자의 먹이 사냥 △선두 정어리의 경로 실수 등 이유로 정어리 떼가 연안에 들어왔다가 고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정어리 떼가 연안에 출몰해 떼죽음한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종종 발견됐다. 정어리를 먹이로 하는 해양생물은 갈치와 고래 등 다양하다.

실제로 수심이 깊은 먼바다에서 발견되는 큰 갈치가 최근 들어 마산만 등 내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마산만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김창은(38) 선장은 “내만에서 알이 굵은 갈치가 많아져 갈치 어선이 안까지 들어오고 있다”며 “태풍이 연달아 지나간 뒤 보름 전부터 멸치와 갈치 등이 대거 유입됐다. 여태 이런 일이 없었다”고 조황 상황을 전했다.

한편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이날 창원해양경찰서를 방문해 마산만 물고기 집단폐사 추가 확산 대응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병오 마산합포구청장은 “해수 온도변화, 빈산소 수괴, 해양오염 등 여러 가설에 대한 원인 규명과 더불어 어류 집단폐사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다각도 대처방안 마련에 창원해경과 머리를 맞대고 대응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달 30일 마산합포구 구산면에서 정어리로 추정되는 물고기 폐사체가 발견된 후 5일까지 수거된 양은 100t가량에 이르고 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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