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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없어… 도내 산업계 올스톱 위기

화물연대 파업 8일째

도내 중소레미콘업체 100여곳 비축분까지 다 써 생산 중단 임박

기사입력 : 2022-12-01 20:33:59

“지금이 타설 작업 성수기인데 도로에 레미콘 트럭이 한 대도 안보이잖아요? 시멘트 공급이 끊겨서 도내 레미콘 공장이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이대로 가면 진짜 문 닫는 업체가 나올 겁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8일째를 맞은 1일 오후 창원 LH명곡지구 공사 현장에서 만난 공사 담당자와 레미콘조합 관계자는 “공기 연장은 불가피하다. 공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LH명곡지구를 담당하고 있는 승원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28, 30일 레미콘 타설이 잡혀 있었는데 전혀 못 했고 철근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터파기 중이어서 철근과 레미콘이 있어야 기초공사가 가능한데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다. 부진공정 만회대책 회의를 매일 열고 있지만, 파업으로 공정표에 손도 못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8일째인 1일 오후 창원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과 시멘트를 나르는 중장비가 멈춰서 있다./김승권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8일째인 1일 오후 창원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과 시멘트를 나르는 중장비가 멈춰서 있다./김승권 기자/

현장 노동자들 역시 근심이 크다. 목수, 철근 노동자들이 현장 인근 숙소에서 대기 중인 상태인데 언제 현장에 투입될지 알 수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도내 100여개 중소레미콘업체의 생산 중단도 임박했다. 1일 경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이번 주 도내 레미콘 생산량은 평소의 5% 수준이다. 화물연대 파업 예고에 비축해둔 시멘트를 거의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이마저도 오늘이면 완전히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공급 차단이 지속되면 건설 현장에 납품해야 하는 레미콘업체들은 수천 명의 종사자가 일손을 놓게 된다”고 토로했다. 조합은 하루 피해 규모가 25억~3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특히 개교를 앞둔 학교, 아파트 현장, 도로공사, 수해복구 시설 등 레미콘이 필수적인 현장에 제때 공급이 되지 않아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는 “매일 오후 3시에 공사중단 현황을 집계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도회에 접수된 현장은 모두 8개사 15곳이다. 공사 중단 사유는 레미콘, 철근 등 자재 수급이 되지 않아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고하지 않은 영세 현장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했다.

건설 현장에서 만난 A씨는 “평소 같으면 레미콘 차량 진출입으로 경고음이 계속 울려야 하는데, 작업자 승용차만 간간히 드나들면서 조용한 편이다”며 “공정 순서를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레미콘 반입이 계속 안 되면 셧다운될 현장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시멘트와 함께 물류 피해가 심한 곳은 항만이지만 큰 항만이 없는 경남은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 인근 부산항의 경우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이 화물연대 파업 직전에 비해 40%가량 감소하며 수출량 감소가 누적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마산항은 파업 영향이 미미하다.

마산항물류협회 관계자는 “마산항 자체가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컨테이너는 극소량만 있어 파업에 따른 물류 차질이 있다고 말하기 좀 그렇다”며 “그럼에도 화물연대 거점지인 가포신항 쪽은 화물 출입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산항 등을 이용하는 도내 기업들은 수출입 방안이 꽉 막혀 있어 파업이 길어질수록 손실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내에는 아직 유류제품 지연으로 인한 품절 주유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주유소협동조합은 “재고가 20% 밑으로 떨어지면 조합으로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아직 접수된 곳은 없다”며 “주유소마다 저장할 수 있는 양이 다르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유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축산농가 사료 공급 또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은 도내 비축 물량이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사료의 경우 대부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운송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축산농가 사료 공급 중단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경남지역은 2~3주가량 사료 물량이 확보된 상황이라 당장 상황이 심각하진 않다. 경남도 축산과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도내 사료업체에서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돼 있지만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가 도내 산업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난 29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는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민주·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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