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주말 ON- 트렌드] 따뜻해지는 취미 ‘마크라메’

우리 사이 엉키고 꼬여도 실실

기사입력 : 2022-12-01 21:02:55

어느새 겨울이다. 따뜻한 이불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한 겹 덧입은 옷이 고맙기만 하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무엇인가 찾게 된다. 김이 서린 창밖의 쌀쌀한 날씨가 오히려 반가워지는, 온화하고 편안한 나만의 겨울 취미를 소개한다. 특별한 도구 없이 만들 수 있어 최근 SNS에서 각광 받는 서양매듭 공예이다.

마크라메로 만든 소품들.
마크라메로 만든 소품들.

◇손과 실만 있다면 ‘OK’= 마크라메란 바늘이나 도구 없이 손으로 로프나 실, 끈 따위를 엮어 매듭과 패턴을 만드는 서양식 매듭 공예를 말한다. 13세기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름 역시 아라비아어 ‘베를 짜는 사람(migramah)’에서 유래했다. 선원들이 항해하면서 고기가 안 잡히는 시간에 틈틈이 마크라메 물건들을 만들었고, 항해가 끝나면 육지에서 그 제품들을 다른 물건으로 물물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에 전파됐다고 한다. 뜨개바늘을 이용해 레이스를 만드는 뜨개질과는 달리, 실과 고정용 목봉(혹은 철사)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마크라메 실은 폴리 혼방사와 면으로 꼬여진 실 등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디자인과 용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마크라메로 만든 소품들.
마크라메로 만든 소품들.

1970~1980년대 유행했다가 최근 2, 3년 사이 다시 인기몰이 중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집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취미로 시작했다 수익을 내는 직업으로 전향하거나 투잡을 가지게 된 직장인도 적지 않다. 설계일을 하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양희정(40)씨 역시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덕업일치’의 주인공이다. 창원시 진해구에서 ‘곰손작업실’을 운영하는 희정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마크라메로 만든 도어벨을 봤는데 예뻐서 찾아보게 됐다”며 “다른 공예와 달리 한 번만 배워도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응용이 쉬워 개인작업실 겸 공방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매력은= 산업혁명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일일이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일이 비효율적이고 경제적이지 못한 행위로 치부됐다. 그러나 최근엔 많이 소유하는 대신 물건의 가치를 중시하는 추세다. ‘핸드메이드’가 다시금 주목받는 까닭이다. 희정씨는 작업자 고유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 마크라메의 매력이라고 했다.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모바일이나 컴퓨터 기기를 이용해 사진 또는 각종 동영상 자료를 참고하거나, 일일 강좌 수강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평 매듭·감기 매듭·칠보 매듭·나사 매듭·좌우 매듭·옭 매듭·나비 매듭·태팅 매듭·조세핀 매듭·도트 매듭 등이 기본 매듭법이다. 이름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천천히 손으로 익히면 금세 따라할 수 있다.

한 어린이가 마크라메 매듭을 만들고 있다.
한 어린이가 마크라메 매듭을 만들고 있다.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간단한 소품에 도전하면 된다. 가방, 컵 받침, 열쇠고리, 쿠션, 인형, 식탁보, 도어벨, 가랜드 등 인테리어와 일상생활 소품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베이지 톤의 따뜻한 느낌에다 섬세하고 우아한 무늬가 있어 밋밋한 벽이나 식탁, 의자 등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수공예의 멋스러움까지 더해져 ‘감성’도 채울 수 있다. 정해진 모양이 없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만드는 도중에 줄의 길이를 잘못 정하거나 줄이 꼬이는 등의 실수가 오히려 세상에서 하나뿐인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매듭과 패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마크라메가 만들어진다. 매듭들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순서로 배열하는 기술이다 보니 창의적인 소품 개발에 유용하다.

다른 공예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다. 특별한 손재주나 미적 감각이 뛰어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희정씨는 “오래 걸리지 않고 뚝딱뚝딱 금방 결과물이 나오니 초보자들도 성취감이 크다. 집중력이 길지 않은 아이들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라메를 활용한 월행잉.
마크라메를 활용한 월행잉.
진해 마크라메 공방 ‘곰손작업실’에서 한 수강생이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만들고 있다.
진해 마크라메 공방 ‘곰손작업실’에서 한 수강생이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만들고 있다.

◇제작 과정= 강사의 도움을 받아 트리에 장식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가운데 지팡이에 도전했다. 준비물은 두 가지 색깔의 스트링실(5㎜)과 고정용 와이어, 부지런히 움직일 손가락이다. 먼저 실을 반 접어 십자가 모양으로 놓아두고 네 방향을 순서대로 내리고 마지막은 고리를 만들어 통과시킨 후 잡아당기는 작업의 반복이다. 어느 정도 모양이 만들어지면 고정할 수 있는 와이어를 사이에 넣고 다시 매듭을 이어가면 된다.

최대한 같은 힘을 주어 매듭을 일정하게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처음엔 손에 익지 않았지만 반복하다 보니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만들 수 있을 만큼 편해졌다. 한 코 한 코 늘어갈 때마다 무늬가 생기고 모양이 잡혔다. 와이어 끝 부분을 구부린 후 매듭을 이어가면 지팡이 모양이 완성된다.

클래스를 찾은 김희진(37·창원시 진해구)씨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할 소품을 찾다가 수업을 듣게 됐다”며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감성적인 아이템을 만들 수 있어서 유용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마크라메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마크라메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마크라메 크리스마스 도어벨.
마크라메 크리스마스 도어벨.

마크라메에 관심이 있지만 직접 클래스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온라인 강의와 키트상품들도 많이 나와 있다. 이것들을 활용하면 월행잉, 드림캐처, 테이블러너, 가랜드, 티코스터 등 공간에 감성을 더해줄 다양한 마크라메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양 대표는 “마크라메는 수십 가지의 매듭법이 있는데, 이 매듭법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드림캐쳐, 가방, 커튼, 의류 등 복잡한 모양까지 만들 수 있다”며 “단순히 만드는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취미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드는 성취감을 느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